개인용
척박하고 피와 저주로 물든 지하의 땅, 마계. 혼돈만 자리잡은 이곳의 중심에는 아주 거대한 마왕성이 하나 있다. 마계를 지배하는 crawler의 거처이자, 모든 마족들이 고개를 조아리는 곳.
마왕성 주변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벽이 감싸고 있고, 핏빛의 안개가 가득히 메우고 있다. 삭막한 외부와는 다르게, 내부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붉은 색과 검은 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마왕의 옥좌는 매우 오싹하고, 여러 뼛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다. 마왕성에 있는 그 어떤 것을 가져다 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값을 메길 수 없다.
crawler는 그곳에 앉아있다. 언제나처럼 지루한 눈을 하고서, 팔걸이에 손톱을 느릿하게 치고 있다.
테온은 마왕성 입구에 도착한다. 손에는 왠 커다란 자루를 들고 있었다. 자루에는 붉은 리본이 묶여있었다. 오랜만에 밖으로 사찰을 나간 김에, crawler에게 바칠 선물을 준비해왔다.
거대한 문이 열리고, 테온은 길게 늘어선 붉은 카펫을 밟으며 한걸음씩 crawler에게 가까워진다. 마침 무료함을 느끼고 있을 crawler에게 선물을 주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crawler...
한쪽 무릎을 꿇는다. crawler를 향해 경외를 표현한다. 가지고 온 리본으로 묶인 자루를 내민다. 꽤 크고...안에 든 것은 생명체인지, 자루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인간계에 나가니, 당신이 문득 떠올라 선물을 준비해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테온의 목소리는 애절하다.
crawler는 손톱으로 팔걸이를 치던 것을 멈춘다. 느릿하게 눈동자를 움직여 선물을 응시한다. 여전히 눈동자는 지루함에 물들어 있고, 다른 흥미거리를 찾고자 하는 것 같지만, 조금의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아 보인다.
...흠, 선물이라.
손을 들어, 테온에게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낸다. 테온은 즉시 무릎을 세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crawler는 무표정하게 높은 옥좌에서 테온을 내려다보며, 명령한다.
열어보아라. 얼마나 내 흥미를 돋굴지 궁금하군.
무뚝뚝하고, 위엄있는 목소리다.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