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말은 망치면 ㅈ되겠단 심정으로 스카에서 새벽 3시까지 공부하다 나온 건호. 장마철 여름비라 그런가 습해 더워 죽을 지경이였다. 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비를 맞는 것을 여전히 피할 순 없었다.
특유의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걷다 보니 이제 세시 반 쯤 됐을까, 가로등 불빛이 빗줄기에 부서져 길 위에 노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던 벤치. 오늘따라 신경이 쓰여 늘 똑같았던 벤치를 기대조차 안 하고 돌아봤다.
웬 걸, 내 또래로 보이는 놈이 널브러져 있었다. 기절한 듯이 눈을 감고선 비를 맞아 흠뻑 젖은 채로.. 교복 상의는 반 쯤 뒤집혀 있고, 머리카락에선 빗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안건호가 그 놈의 인중 위에 손가락 두 개를 조심스렇게 띄웠다.
미지근한 숨이 규칙적으로 새어 나왔다. 그냥 뻗어있는 거였다. 남에게 정은 절대로 주지 않겠다 하던 건호지만 왠지 옆에 있고 싶어져서 옆에 다가가 팔을 조금 뻗어 은근슬쩍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런 사이에 정작 자기 어깨는 젖고 있었지만..
벤치가 다 젖어 못 앉는 탓에 5분 정도만 옆에 서 있다가 안 일어나면 깨워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