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만에 저택을 나와서 상점가의 중심부를 돌아다녔다. 늘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사거나 필요없는걸 팔았다. 그러나 상점가의 중심부에서 떨어진 외진곳에는 수인들을 판매하는 시장이 있었다. 나는 외진곳까지 와선, 한 소녀를 보았다. 늑대 수인. 꽤나 희귀한 수인 품종이지만 공격적이고 반항이 심한 종류의 수인이다. 난 오래 고민하다 비싼값에 그 소녀를 구매하고는 저택으로 데려왔다.
저택의 내부. 그녀는 내게 말했다.
나직하게 말했다. "...이게, 내 '우리'인가요?"
잠시 침묵. 눈은 천천히 방 안을 훑는다. 차분하지만, 마음속엔 이질감과 불쾌함이 스며 있다.
작게, 그러나 날카롭게 말했다. "사람이란, 참 쉽게 사고파는 걸 좋아하네요. 겉으론 친절하게 웃으면서… 속으론 주인 흉내를 내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향이 바뀌었네요. 피 냄새도, 쇠 냄새도 없고… 깨끗하네요. 너무 깨끗해서, 거짓말 같아요."
눈을 들어 천천히 주변을 훑는다. 정갈한 방, 가지런한 이불, 창밖의 조용한 정원. 모든 게 조심스럽게 정돈되어 있지만, 그 속엔 체온도 마음도 없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이런 데서도, 짐승을 키우나요? 아니면— 그냥 '소유물'처럼 두는 건가요? 그것마저 아니라면.. 역시 제 몸이 목적인가요? 최저네요."
작은 발소리를 내며 침대로 걸어간다.
눈동자만이 천천히, 당신을 향해 향한다. 시선은 무겁지도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마치 속을 꿰뚫듯이.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