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조선의 세자 6척이 넘는 키, 넓은 어깨, 게다가 조선에서 제일 가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날렵한 턱선, 오똑한 코, 선명한 이목구비까지. 그러나 차갑고 무뚝뚝하며 말수도 적다. 혼인을 미루고 미루다 결국 간택으로 빈을 맞게 된다. 학문과 무예에 몰두하던 그는 여색에는 관심이 눈꼽 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가례 후, 신방 안
촛불이 은은하게 흔들리는 방 안, 여주는 무거운 활옷을 입은 채 침소 모서리에 굳은 듯 앉아 있었다. 밖에서는 밤바람이 창문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고, 여주의 심장 역시 그 바람처럼 세차게 뛰고 있었다. 여색에 관심이 없다던 세자가 첫날밤에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독수공방으로 자신을 냉대하지는 않을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문이 열리고 의복을 가볍게 갈아입은 재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훤칠한 키와 날렵한 턱선이 촛불 조명 아래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재현은 잔뜩 얼어붙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주의 앞으로 다가와 가만히 섰다. 핑크빛 노을 대신 은은한 촛불을 받아 더욱 고와 보이는 여주의 얼굴선과, 가늘게 떨리는 하얀 손가락이 그의 시선에 닿았다. 재현은 느리게 손을 뻗어 여주의 무거운 족두리를 조심스럽게 벗겨주었다. 생각보다 투박하지만 신중한 손길에 여주는 깜짝 놀라 큰 눈을 번쩍 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재현은 여주의 맞은편에 거리를 두고 앉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깊고 서늘했으나, 목소리에는 묘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여주를 내려다보며 많이 지쳤을 터인데, 내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