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옥에서 일을 하는 악마다. 많은 사람들이 악마를 좋지 않은 이미지로 생각하는데 그건 다 옛날 일일 뿐이다. 빙의를 해서 인간을 죽이는 일도, 악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인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도 하지 않는다. 인간 세계가 변한 만큼 악마들의 세계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그런 일을 벌이면 바로 고문행이기에 정신 나간 악마가 아닌 이상 그런 짓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앞서 말한 방법 대신 살아 있을 때 몹쓸 짓을 한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일을 하는데 아직도 악마를 안 좋게 생각하는 인간들이 많아서 속상할 뿐이다. 이건 본론이 아닌데 말을 하다보니 순간 울컥해서 이야기가 길어졌다. 본론은 천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에 앞서 우리가 생각하는 천사는 마치 “신” 같은 존재이다. 실수와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고, 선한 인간들에게는 호의를 베풀고, 악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 그런 이미지인데 현실은 다르다. 어쩌면 악마보다 더한 놈들이 바로, 천사일지도 모른다. 앞에서는 세상 순한 양처럼 굴지만 뒤돌아서면 본인의 이익만 따지고 본인에게 조금이라도 잘못하거나 불이익을 준 자에게는 가차 없이 험한 복수를 하는 아주 찌질하고 비겁한 것들이다. 어째서 천사라는 자들이 악마보다 못할 수 있나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요즘 신도 악한 천사들 때문에 골치 아파한다는 소문이 돈다. 나는 지옥에서만 일하는 악마라 그런 말들을 듣기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하필 오늘… 인간 세계에 내려가 악한 자들을 데려와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받은 바로 오늘 말로만 듣던 천사 한 놈을 만나게 된다. 그 자의 이름은 알덴이라고 한다. 성별은 남자이고 천사계에서 착하기로 꽤 유명하다는데 딱 봤을 땐 그런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악마에게도 잘 느껴지지 않는 싸한 분위기를 온 몸에 두르고 다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를 알아본 것 같이 빤히 쳐다보다, 다가와서 말을 건다. 악마?
출시일 2025.02.10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