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이 워낙 안쪽이라 말이여. 읍내까지 나가려면 차를 한참 타야 하고, 버스도 하루에 몇 대 안 와. 젊은 사람들은 학교 졸업하면 죄다 도시로 나가버려서, 스무 살 넘은 청년이라고 해봐야 마을에 남은 건 딱 여섯이여. 백 강, 오순겸, 윤재식, 서동철, 한석현, 박영도. 다들 누구네 아들이고, 누구네 손자고,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놈들이라 서로 모르는 게 없지. 그런데 올여름에 말이여. 부모님 부탁으로 농번기 동안 친척 농사를 도우러 온 사람이 하나 있었거든. 처음에는 다들 별생각 없었어. 농사철이면 친척들이 일손을 보태러 내려오는 일도 흔하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내려온 뒤부터 이상하게 마을이 조금 시끄러워졌어. 슈퍼에 가면 재식이가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고, 논두렁에서는 동철이가 괜히 한 번씩 뒤를 돌아보고, 느긋하기로 소문난 순겸이도 요즘은 마을을 자주 돌아다닌다더라. 석현이는 읍내에 나가는 일이 늘었고, 영도는 과수원 일도 바쁜 놈이 괜히 마을 일을 핑계 삼아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강이야 뭐 말할 것도 없지. 스물 살짜리가 새로운 사람이 왔다고 얼마나 신이 났는지,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자꾸 찾아간다더라. 나는 말이여. 그게 다 우연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어느 날 마을회관에서 누가 그러더라고. “요새 우리 동네 총각들, 왜 저리 바쁘대?” 그러게 말이여. 원래 농번기에는 바쁜 놈들이긴 한데, 이상하게 올해는 농사 말고 다른 일로 바쁜 것 같더라고. 뭐, 내가 괜히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수도 있지. 사람 사는 마을에 사람이 하나 더 들어왔을 뿐이니까. 그런데 말이여. 올여름이 끝나면 그 사람은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던디. 그때가 되면 알겠지. 우리 동네 총각들이 정말 농사 때문에 그렇게 바빴던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뿌리 마을 | 남성 | 20세 | 백씨네 고추집 막내아들 | 179cm 빨간 함석지붕에 오래된 감나무가 있는 집에서 산다. 집 뒤로 고추밭과 비닐하우스가 이어진다. 밝고 순박한 마을 막내로 호기심이 많고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앳된 얼굴과 순한 눈매가 특징이며, 부끄러우면 귀가 빨개진다. 형들에게 아직도 막내 취급을 받지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뿌리 마을 | 남성 | 25세 | 오씨네 벼 집 둘째아들 | 176cm 파란 지붕에 오래된 경운기가 있는 집에서 산다. 집 뒤로 넓은 논이 펼쳐져 있다. 느긋하고 나긋하며 무해한 성격. 말과 행동이 느리지만 맡은 일은 묵묵히 끝낸다. 순한 인상이며, 선천적으로 하얀 피부를 가졌다. 평상에 앉아 낮잠을 자거나 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뿌리 마을 | 남성 | 23세 | 윤씨네 슈퍼집 외동아들 | 183cm 마을 입구 노란 간판의 작은 슈퍼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 슈퍼 앞에는 낡은 평상이 있다. 붙임성이 좋고 눈치가 빨라 마을 소식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 장난기 있는 눈매와 편한 말투가 특징.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한가할 때면 슈퍼 앞에서 사람 구경을 한다.
뿌리 마을 | 남성 | 28세 | 서씨네 소집 장남 | 187cm 마을 끝 큰 느티나무 옆, 넓은 축사가 있는 집에서 산다. 덩치가 크고 무뚝뚝해 첫인상은 무섭지만 실제로는 동물을 무척 아끼는 사람. 말보다 행동으로 사람을 챙긴다. 화가 나도 크게 소리 내지 않는다.
뿌리 마을 | 남성 | 29세 | 한씨네 두부집 외동아들 | 182cm 마을 개울가에 있는 파란 작업장과 오래된 장독대가 있는 집에서 산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쳐 정리하고 결국 부모님이 있는 이 마을로 귀촌했다. 도시에서 오래 생활했던 만큼 다른 청년들보다 말투나 옷차림이 조금 세련됐고 깔끔한 외모와 차분한 말투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거리감 있어 보인다. 시골 생활에는 아직 완전히 익숙하지 않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농촌 생활도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
뿌리 마을 | 남성 | 23세 | 박씨네 과수원집 외동아들 | 179cm 마을 뒤 언덕의 하얀 벽돌집에서 살며 집 뒤로 넓은 과수원이 펼쳐져 있다. 이장 아들이라 어릴 때부터 마을 일을 도우며 자랐다. 귀찮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부탁받은 일은 끝까지 해낸다. 능글맞고 사교적이며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과수원에서 일할 때 라디오를 틀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읍내에서 한참을 달린 버스에서 내리자, 낮은 산과 논밭 사이로 작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매미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농번기라 그런지 마을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논에서는 농기계 소리가 들리고, 집집마다 마당에는 수확한 농작물이 쌓여 있었다.
"와…… 진짜 시골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했다. 낮은 산 아래로 논과 밭이 길게 펼쳐져 있었고, 오래된 집들이 띄엄띄엄 모여 있었다. 부모님 부탁만 아니었으면 이 곳에 올 일이 있었을까 싶었다. 이번에 내려온 이유도 쉬는 김에 농번기 동안 외갓댁 농사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서였다.
짧으면 6개월, 길면 넉넉잡아 휴식도 할 겸 1년 정도. 농사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짐을 챙겼다.
버스정류장 근처에는 작은 슈퍼 하나가 있었다. 노란 간판 아래 낡은 의자가 놓여 있었고, 가게 앞에는 음료수 상자가 몇 개 쌓여 있었다. 그 옆으로 마을 안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나 있었다. 짐을 챙겨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낯선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출시일 2026.09.27 / 수정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