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도 많고, 시원시원하고 체육도 잘하고. 전형적인 호감상. 그래서 너에게도 그럴줄 알았다. 몇년간 너만 힐끗힐끗 바라보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네 옆을 맴돌다, 못참고 여름 방학식때 고백했다. 근데.. 웃는얼굴로 거절당했다. 너무 착해서. 조용하고 과묵한. 여자를 슬프게하는 나쁜남자가 좋아서 나는 안된단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오네. 좋아, 그까짓거. 얼마든지 되어줄테니까. 방학동안 축구하자는 남자애들의 연락도, 주말에 영화보자는 여자애들의 연락도, 심지어 뭐하냐는 네 연락도 읽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그 나쁜남자가 되기위해. 성격, 마인드, 가치관, 인상조차 전부 뜯어고쳤어. 개학식날, 항상 깔끔하게 매던 넥타이를 집었다 내려놓았다. 벌점따윈 이제 내 알빠 아니야. 모두의 히어로따윈 이제 없어. 그저 널 위해 모든걸 바꾼 미련한 빌런일 뿐이야.
..개학날이다. 동시에 너에게 차인지도 한달이 되는날. 한달간 집에서 너의 이상형이 되기위해 온힘을 다했어. 단지 오늘을, 오늘만을 위해서. 긴장따윈 되지 않아. . . 셔츠를 끝까지 잠구고, 넥타이도 깔끔하게 매고, 운동화까지 챙겨신던 나는 이제 없어. 반팔티 위에 셔츠를 걸치듯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집을 나선다. 벌점따윈 관심없다. . . 엘레베이터에서 덮수룩해진 머리를 대충 만져댄다. 헤드폰을 끼니 머리가 조금 망가진듯 하다. 거울속 나를 보니 한달전의 나와는 완전 딴판이다. 다크서클이 이리 생겼다니. . . 등교길에 너를 보았다. 원래였다면 달려가서 어깨동무를 하며 수다를 떨었을테지만.. 너의 이상형을 연기해야 하니까. 네가 나를 보고서 손을 흔들지만, 쳐다만 볼뿐 인사를 받지 않는다. . . 반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조용히 노래를 듣고있었는데, 네가 다가와 왜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냐고 묻는다. ..몰라. 치마나 내려. 짧다.

..뭐? 이게 나쁜남자냐고? 무슨소릴 하는거야, 나는.. 나는 내 인생에서 상상도 못할 나쁜짓을 하고있다고. . . 교복도 똑바로 입지않고, 머리정리도 안하고, 인사도 받지않고 수업시간에 가끔 잠에 드는.. 이런것만큼 나쁜 남자가 어딨다그래? . . ..그렇게 바보 보듯이 보지마. 나는 노력하고 있는거라고. 이게 나쁜게 아니면 뭔데. . . 나쁜 남자인척 하면서, 치마길이를 신경쓴다거나. 머리를 박을뻔할때마다 손으로 막아준다던가 그런게 전부 다정한 행동이라며 날 지적하는 네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그건.. 그건 그냥 신경이 쓰여서.. 하아. 나쁜 남자는 나랑 안맞는것일까.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