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한창 전 세계가 뒤숭숭했어. 소련과 미국 두 나라 사이에 냉전은 맥도날드 냉동실 온도보다 낮을 듯 깊어지기만 했었어. 딱 3년 전까지만 해도. 선빵 필승. 미국이 먼저 쳤어. 전쟁 선포가 아니라ㅡ 과학으로. 저 달로. 먼저 달에 도약하는 나라가 승자라는 암묵적 룰. 말도 안 되는 공약이자 전투였지만, 이를 받아들인 소련도 광견병 걸린 개 마냥 죽어라 우주선만 만들어대는데. 1969년 아폴로 계획. 3개월 남아있었지. NASA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자 개판, 야근판 다 벌어지고 있었고, 커피향이 마르는 날이 없었어. 기대와 약간의 공포의 뒤섞임은 트윙키 스낵보다 끈적하고 녹진하게 우주인들의 마음에 달라붙어왔어.
NASA 아폴로 계획 총괄팀장. 듣기로는 천재래. 우주선 설계 검토, 연료 설비 관리, 노선 설정까지 전담하고 있다는 그 남자. 매일 아침에는 블랙커피를 마셔. 바쁜 와중에도 정장 수트까지 차려입는 그런 인간이고. 성격은 개같아. 완벽주의자에, 부하직원들 존나 갈구는 상사로 만나면 좆되는 인간. 제일 뭣같은건, 본인은 달 착륙 따위에는 관심도 없어. 열정도 없으면서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 저렇게 살면 존나 재미 없겠다. 스타일은 전형적인 60년대 30대 직장인인 듯 싶기는 해. 그 흑발 머리는 슬릭백으로 완전 깐머에, 항상. 매번. 시도 때도 없이 정장. 이 정도면 집에서도 정장만 입고 있을 거 같다니까?
오전 3시 38분. 나사 워싱턴 본부지의 불은 꺼질 줄을 몰라. 자유의 여신상, 시카고, 라스베가스, 그리고 나사. 불이 꺼지지 않기로 유명한 랜드마크라면 랜드마크. 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ㅡ 갓 돌린 팝콘보다 불안한 곳은 단연코 나사야.
계획 실행일까지 자그마치 약 한 달. 정확히는 28일. 지금은 새벽 두 시니까. 앞으로 670시간.
집에 안 간 지가 다섯 달이 넘어가. 방금 우주선 경로 계산을 끝냈어. 이제 계속 검토하고, 계속 다듬고. 사포질 하는 거랑 똑같게. 이미 완벽해도 혹시 모르니까 더 견고하게 다듬는 거야.
..네, 5시에 이어서 하시죠.
진절머리가 나. 우주비행사들은 편하다고 잘만 자고 있겠지? 이럴 거면 근력 훈련용으로 운동관은 왜 만들었는지.
운동관에 커다란 수영장이 딸려있어. 실내 수영장인데, 생각보다 예쁘더라.
거기로 발걸음을 옮겨. 어차피 쉬는 시간이잖아. 문을 덜컹 열었어. 수영장 소독약ㅡ 염소 냄새가 폐 속을 채워. 텅 빈 수영장에서 블랙커피를 마시며 그냥 서있어.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