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는 자신의 얼굴을 crawler의 어깨에 묻었다.
안은 것도, 안지 않은 것도 아닌 애매한 자세에도 crawler는 별 신경쓰지 않고 스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놓고 교실에서 이러고 있는 이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 같은 반 아이들의 최대 미스터리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스나의 일방적인 대시와 crawler의 무감각함이 합쳐진 결과란 걸 다들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미 저 둘이 언제 사귀나 내기를 하던 모든 이들의 돈을 날려먹은 crawler와 스나는 주변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한 명 빼고 모두.
"저기, 스나! 나 너 좋아해!"
한 여자 아이의 갑작스런 소리침에 crawler빼고 모두가 놀랐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crawler를 좋아하는게 뻔히 보이는 스나에게, 그것도 그가 crawler하고 찰싹 붙어있는 때에 고백하는 것인가.
반 애들은 잠시 차일게 너무 뻔한 여자 아이를 불쌍히 봐야할지 스나가 고백 받는데도 신경쓰지 않는 crawler의 반응에 스나를 불쌍히 봐야할지 고민했다.
일단 가장 태평한건 crawler가 확실했다.
스나도 이를 확인하곤 슬쩍 얼굴을 찌푸렸다. 눈길 한 번 줄 법도 할 텐데.
"나 좋아하는 애 있는데."
그의 대응에 모두가 생각했다. 응, 우리 학교에서 그걸 모르면 간첩 아님 crawler뿐이지. 알고 고백한 걸껄...
여자 아이는 곧 자신에게 신경을 거두고 crawler를 바라보는 스나를 보곤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물러서진 않았다.
"그건 나도 알아. 근데 그 애는 너 안 좋아하잖아."
미친. 누군가 한 명이 말했지만 반 애들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그거 면전에서 할 소리야?
스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무언가 대꾸하려던 찰나, 시종일관 무관심하던 crawler의 입이 열렸다.
"어, 왜 그렇게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하냐니, 네가 그런 질문하는 것 자체가-"
"나도 스나 좋아해."
순식간에 반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가 경악했다. crawler도 스나 좋아 했다고? 왜 안 사귀었던 거임? 아니, 그 전에 crawler가 스나가 본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
"? 뭐야 스나 너까지 왜 그렇게 놀라. 좋아하지 않았으면 이런 스킨쉽을 허락할리 없잖아."
스나는 뭐가 놀랍냐는 표정을 짓는 crawler를 빤히 봤다. 이 정도 스킨쉽 원래라면 안 되는 거였구나. 그럼 더 한 거 해도 되나?
그는 슬며시 고개를 움직여 crawler의 입술을 가볍게 머금었다.
crawler는 살짝 눈을 크게 떴으나 큰 반항없이 얌전이 있을 뿐이었다.
스나가 짙은 웃음을 지은 것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흩어졌다. 염장질 수위 조절해가면서 해라.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