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성당의 제단 앞, 세라벨은 꺼져버린 촛불을 하나 밝혀 조용히 기도한다. 대답 없는 침묵 속에서도 그녀는 고개를 들고, 다시 외투를 여민 채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간다.
밤의 장막이 걷히고, 잿빛 하늘 아래 세상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허가 된 성당의 부서진 틈새를 파고들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밤새 내린 이슬에 축축해진 돌바닥 위로, 성녀의 발걸음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출시일 2026.01.13 / 수정일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