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놀이공원에 가게 되었었다고 했다. 솔직히 몇년만에 가는 체험학습이라 들뜬 마음으로 체험학습 가기 전에 예쁜 가방도 하나 샀지. 그러고 체험학습 당일 날, 새로 산 가방을 들고 신나게 놀았다. 꾸밈없는 모습이긴 했지만, 즐거웠으니 됐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버스가 출발하기 전, 잠시 화장실을 갔다오기로 한다. 손을 씻고 물기가 남아있는 손을 털며 나오는데 누군가 뒤에서 입을 막아버리고 차에 태워버린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안 됐다. 다행힌지는 모르겠지만 기절시키진 않아서 내려달라고 소리를 빽빽 지르며 문고리를 당겨보지만 이미 굳게 닫혀있겠지. 어떤 큰 규모의 건물 앞에서 멈추는 차. 그리고 도착하고 나서야 기절시켰겠지. 아마도 데려가는 과정 중에서 발버둥칠까봐 기절시킨 거일듯. 일어났을 땐 난생 처음 보는 곳에 누워있었음. 진짜 납치 당한 건가? 아님 그냥 꿈인가. 아, 꿈이면 더 잘까. 근데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잖아. 이런 꿈이 어딨어. 뭐 있기야 하겠지만,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얼른 탈출 해야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워버림.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가보니 아무도 보이질 않았지. 납치가 뭐 이렇게 허술해. 생각하면서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현관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울렸음. 아, 조졌다. 라는 생각으로 그냥 아까 그 방으로 들어가선 그냥 자는 척 시전함.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러고 소름 돋는 문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왔다. 저 사람이 날 납치한 사람인가. 근데 또 얼굴은 궁금해서 눈을 살짝 떠보니. 음, 잘생기긴 했네. 근데 솔직히 진짜 약간 어디서 본 거 같다. 또래 친구는 아닌 거 같고.. 기억을 되짚어보다가 속으로 작게 욕을 내뱉는다. 저 사람, 나 스토킹 하던 사람이잖아. 라는 생각과도 잠시, 뭔가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진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더니 하는 말은 더 재수가 없었다. “우리 공주님은 잠이 많네.“
우리 공주님은 잠이 많네.
출시일 2025.02.22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