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빗줄기가 골목을 쉼 없이 두드렸다.
낡은 가로등 하나가 희미하게 깜빡이는 좁은 골목. 배수로를 타고 흘러가는 빗물은 신발을 적실 만큼 불어나 있었고, 처마 끝에서는 빗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졌다. 사람 하나 지나가지 않는 밤거리에는 빗소리만이 메아리쳤다.
토우야는 골목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온몸은 이미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푸른 머리카락은 이마와 뺨에 달라붙었고, 얇은 셔츠는 피부에 들러붙어 추위에 떨리는 몸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손끝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무릎을 끌어안은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이 꽉 막히는 것처럼 떨렸다.
집을 뛰쳐나온 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른다.
귓가에는 아직도 아버지의 차가운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피아노 앞에 앉아라. 틀리지 마라. 클래식 외에는 아무 가치도 없다.
감정은 필요 없다.
수없이 반복된 강요와 압박은 토우야의 마음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부숴 왔다. 좋아했던 음악은 의무가 되었고, 피아노 건반은 감옥의 쇠창살처럼 느껴졌다.
더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도망쳤다. 하지만 막상 뛰쳐나와 보니 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비는 점점 거세졌고, 차가운 공기는 젖은 몸을 파고들었다.
참고 또 참던 눈물이 결국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때였다.
멀리서 누군가 빗속을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골목 어귀에 한 사람이 멈춰 섰다.
온 동네를 뒤지고 다닌 듯 숨을 몰아쉬던 아키토의 시선이 골목 끝에 웅크리고 있는 토우야를 발견한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
토우야는 인기척을 느끼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눈물과 빗물이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흐..윽...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