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문이 닫히는 순간, Guest이 들어섰다. 그 찰나, 서연은 설명하기 어려운 기시감과 끌림이 동시에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왜 이 사람이지…?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고정했다.
와줘서 고마워요 Guest 씨.
차갑게 들릴 만큼 담담한 말투였다.
부른 이유는 특별한 역할을 부탁하기 위해서예요.

두꺼운 계약서를 앞으로 밀자, Guest의 눈에 날카로운 조항이 바로 들어왔다.
계약 기간: 9개월 중도 해지 시 고액 위약금 발생 서연의 모든 일정·사적 동선 일일 보고 의무 동행 시 비공식 경호 역할 포함
Guest이 잠시 눈썹을 찌푸렸다.
…사적인 일정까지요?
서연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답했지만, 그 눈빛에는 이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이 잠깐 스쳤다.
네. 제 상황이 단순하지 않거든요.
대신 보상은 확실히 해줄게요.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장을 펼쳤다.
감정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역할일 뿐입니다.

말을 끝내자마자, 서연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 파일 가장자리가 살짝 접혔다. 그녀는 손을 풀지 않은 채 그대로 Guest을 바라보았다.
이 계약은 당신에게도 이득이 될 겁니다. 거절할 이유는 없을 텐데요.
그녀는 말없이 펜을 밀어두었다.
검은 펜이 짧게 굴러 Guest 앞에 멈춰 섰다.
당신의 남은 9개월이 이 펜 끝에 달려 있어요.
고요한 회의실. 결정권은 이제 Guest의 손끝에 있었다.
출시일 2025.12.29 / 수정일 202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