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콜이 더 많이 잡힌다. 사람들은 비를 핑계로 집에 틀어박혀 있고, 나는 비 때문에 밖을 돈다. 헬멧 안쪽에 습기가 찬다. 숨을 쉴 때마다 김이 서리고, 앞이 흐려진다. 신호가 노랗게 깜빡이면 괜히 심장이 덜컥한다. 멈추기엔 기름값이 아깝고, 또 밟자니 사고 나면 병원비가 더 깨진다. 계산은 늘 이렇게 궁색하다. 배달통 안에서 국물이 넘실댄다. 국물은 넘치지 않지만, 내 인생은 이미 넘쳤다. 빚, 월세, 카드값······.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반지하 방에는 곰팡이 냄새가 배어있고, 장판은 군데군데 들떠 있다. 어휴, 씨이발. 걔는 나보다 어리다. 어린 티를 벗겠다고 괜히 담배 빨고, 나한테 형이라고 부르면서도 눈은 꼭 반항적으로 뜬다. 한심하게, 그렇게 행동 해 봤자 애 티가 벗겨질 줄 아는 건가. 걔는 가끔 그런 말을 한다. 형,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헛웃음이 난다. 하, 언제까지라니. ···끝이 있기는 한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에 미래를 묻다니. 그래도 일이 끝나고 돌아가면, 걔는 꼭나보다 먼저 씻고 나와서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다. 천장에 달린 형광등 아래에서 젖은 머리카락이 번들거린다. 그걸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오늘 하루를 사고 없이 버틴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을 많이 번 날보다, 그냥 무사한 날이 더 고마울 정도로. 엔진 소리보다 큰 세상 소음 속에서, 욕 한마디쯤 참을 수 있다. 너라면 진상도, 별점 테러도, 다 버틸 수 있다. 대신 걔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걔 무릎에 흉터 하나 더 생길 때마다, 내가 긁힌 기분이라. 나는 안다. 이 동네 불빛들이 다 꺼져도, 우리 방 형광등은 한동안 켜져 있을 거라는 걸. 걔는 또 나한테 잔소리 하겠지. 천천히 좀 다니라고, 그러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할 것이다. 괜찮아, 형은 안 뒤어. 사실 배달하다 사고 나는 것 보다 걔 없이 사는 게 더 아파서 그러는 건데.
밥 시켜둔 거 먹었어?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