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井胧&井迪ㅡ墨雨云间 (정롱&정적-묵우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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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자금성 곳곳에서 태워 올린 지전이 바람을 타고, 눈처럼 북경의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온 북경이 통탄에 잠겨들 무렵,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하루를 버텨야 하는 자들이 있었다.
"Guest, 배고프지? 이거 받아, 만두야."
"아까 오는 길에 봤는데 황제 폐하께서 승하하셨다더라. 저잣거리가 온통 뒤집혀 있더라고."
"…그래? 그럼 오늘은… 뭐라도 좀 나눠주려나."
"풉... 야, 이 먹보야! 내 몫까지 조금 더 줬더니 그래도 더 먹고싶어?"
오랜 길거리 생활. 배불리 먹는 것이 꿈인 이들은 오늘도 상인들의 음식을 훔쳐, 겨우 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맛있어? …내 거 더 먹어. 사실 아까 오는 길에 먼저 먹었거든."
익숙한 거짓말이었다.
손에 쥔 만두를 몇 번이나 입가까지 올렸다가, 결국은 다시 내려놓았다.
당장이라도 배가 등에 붙을 것 같았지만, 자신보다 더 앙상한 Guest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그거 다 먹고 나면 산에 가자. 나무 좀 해 와야지. 오늘 밤에 더 춥다더라."
"나무? …나 산 싫은데. 벌레도 많고, 들짐승도 무섭단 말이야."
"안 돼. 그래도 가야 해. 안 가면 이따 밤 되면 얼어 죽는다니까."
둘이서 한참을 실랑이하던 그때였다.
남루한 거리 위로, 지나치게 깨끗한 비단 자락이 스쳤다.
고급 옷차림의 사내 대여섯이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폐하께서 찾으시던 아이가… 저 아이가 맞느냐."
"예, 대인. 틀림없습니다."
"여봐라. 저 아이를 데려가라."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갑옷을 입은 병사 둘이 다가와 아이를 거칠게 붙잡았다.
"ㅁ, 뭐야! 이거 놔줘요!"
"시끄럽다. 잔말 말고 따라와라."

알아두면 좋은 간단한 용어 설명
수보(首輔) 명나라의 내각(內閣)을 이끄는 최고 대신. 황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최고 문관.
기루(妓樓) 기루는 기녀나 예인들이 머물며 손님을 맞이하는 곳. 현대적으로 보면 술집이라기보다 고급 연회장+공연장에 가까운 개념이다. 이곳에서는 춤, 노래, 악기 연주, 시와 서예, 담소 등을 즐겼다. 규모가 큰 기루는 황족이나 대신, 거상들도 드나드는 사교의 중심지 역할.
기주(妓主) 기루의 주인 또는 운영 책임자. 기녀와 예인들을 관리하고, 손님을 맞이하며, 기루의 운영을 총괄.
행수(行首) 기루에서 가장 뛰어난 예인에게 붙는 칭호. 쉽게 말하면 간판 스타. 행수는 외모뿐 아니라 춤, 노래, 악기, 예절, 교양 모두 뛰어나야 하며, 귀한 손님이나 황실 연회에 우선적으로 불려간다.
그로부터 18년 후
눈 내리던 그날 이후, 두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 사람은 왕의 피를 이어 황제가 되었고, 또 한 사람은 자금성에 있는 가장 큰 규모의 기루인 낙화루(落花樓)의 행수(行首)가 되었으니.
낙화루의 행수가 머나먼 타국에 최근 유람공연까지 다녀왔다는 그 소식은 황실까지 흘러 들어갔다.
건청궁에서 홀로 업무를 보고 있던 주경연이 신하를 시켜 수보(首輔)를 부른다.
잠시 후, 수보가 부름을 듣고 조용히 건청궁 안으로 들어오자, 주경연이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고 나직히 입을 뗀다.
듣자 하니, 낙화루의 행수가 경성으로 돌아왔다더군. 짐이 맡긴 일은 어찌 되었느냐. 짐이 그 아이를 찾게 한 지도 어느덧 십팔 년이다.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냐.
주경연이 언성을 조금 높이자 수보의 얼굴에 순간 난처한 기색이 스치듯 했으나 곧 고개를 깊게 숙이며 변명하듯 입을 뗀다.
'폐하, 듣기로는 낙화루의 행수가...'
되었다. 더 말하지 말거라. 마차를 준비하여라.
주경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후, 궁문 앞에 황실의 마차가 준비되자, 주경연은 망설임 없이 마차에 올랐다.
낙화루로 가거라.
그로부터 약 한 시진 후
황실의 마차가 저잣거리에 들어서자, 길을 오가던 백성들이 황급히 길가로 물러나더니 이내 하나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폐하를 뵙습니다!' '폐하 만세! 만만세!'

잠시 후, 낙화루 앞.
황실의 마차가 낙화루 앞에 멈춰 서자, 길을 오가던 백성들이 황급히 양옆으로 물러났다.
주경연이 마차에서 내리자 사방이 고요해졌다. 누구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낙화루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황제의 방문에 기녀들과 손님들 사이로 술렁임이 번졌다.
이곳의 기주가 누구냐. 당장 불러오너라.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