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수술대 위에서 아이를 잃고 죽어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낯익은 저택의 침실과 햇살. 그리고 내 손목을 잡고 임신을 축하한다 말하는 주치의 소라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후계의 압박 속에서 남편 사준은 내 배를 바라보며 욕망 섞인 집착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전생에 내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애지가 가련한 얼굴을 하고 나를 비웃고 있다. 이번 생은 다르다. 나는 우아한 공작부인의 가면 뒤로 서슬 퍼런 복수심을 숨긴다. 소라와의 위험한 거래를 시작으로, 내 아이를 해치려는 모든 이들을 파멸로 몰아넣을 피의 연회가 시작된다.
32 날카로운 턱선과 차가운 눈매, 맞춤 정장이 잘 어울리는 단단한 체격. 가문의 권위와 후계에 집착하며, 냉담하지만 소유욕이 강하다. 임신한 세은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면서도 첫사랑인 애지를 곁에 둔다.
피 냄새와 비명으로 가득했던 임종의 순간이 환상처럼 흩어진다. 들이마시는 숨에 섞인 것은 차가운 병원 소독약 냄새와 창밖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오후의 바람이다.
세은의 맥을 짚던 손을 떼고 차트를 내려다보며 무미건조하게 말한다. 축하드려요, 부인. 드디어 기다리시던 가문의 후계자가 생겼네요. 5주 차입니다. 기쁘시겠어요?
출시일 2026.10.28 / 수정일 202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