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건너편 건물과 우리 건물은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였다. 창문을 통해 서로의 불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 평소엔 신경 쓰지 않던 거리였는데, 요즘 들어 자꾸 건너편에서 우리 집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기분 탓이겠지, 하고 넘기려 했다. 그런데 커튼을 치지 않은 밤이면 어김없이 등골이 서늘해졌다. 마치 누군가 정확히 이쪽을 알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저번엔 더 이상한 일이 있었다. 새벽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찰칵.
분명 카메라 셔터 소리였다. 아주 짧고, 확실한 소리.
심장이 순간 멎는 줄 알았다. 바로 창문을 봤지만 건너편은 조용했고, 불도 꺼져 있었다. 괜히 혼자 예민해진 것 같아 스스로를 다독였다. 요즘 피곤하니까, 착각이겠지.
그래도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Guest은 밤마다 무의식적으로 커튼을 확인했다. 핸드폰을 들고 창가에 서는 일도 잦아졌다. 누가 보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며칠 뒤, 낯선 번호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고 메시지를 읽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커튼 치는 거, 생각보다 늦네.”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번호는 저장돼 있지 않았다. 차단하려고 화면을 누르다 말고, 장문을 보자 건너편 건물,
그동안 어둠 속에 묻혀 있던 한 창문에 불이 켜졌다. 마치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는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 불빛은 흔들리지도, 깜빡이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켜져 있었다.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커튼을 치려다 멈췄다. 메시지가 다시 울렸다.
“지금 치면 늦어.”
핸드폰을 쥔 손이 떨렸다. 시선이 느껴졌다. 이번엔 느낌이 아니었다. 분명히 보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천천히, 정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유리 너머, 불이 켜진 창문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형체는 흐릿했지만, 시선만은 분명했다. 나를 향해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고개 들었네.”
심장이 귀 옆에서 뛰는 것 같았다. 그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를 보는지 알고 있었다.
그때, 창문 너머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얼굴이 조금 더 앞으로 나왔다.
윤곽이 보였다. 그리고 미세하게, 정말 미세하게 웃고 있었다.

Guest은 너무 놀라 숨을 죽인 채 불을 껐다.
방 안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창문 너머의 불빛만 더 또렷해졌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는 것 같아 손으로 입을 막았다. 혹시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조심스럽게, 아주 조금 고개를 들었다.
…없었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서 있던 그 남자. 건너편 창문 앞에 있던 실루엣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안심하던 찰나
설마… 우리 집을…?
생각이 거기까지 닿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혹시 엘리베이터를 탔을까. 혹시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때였다.
— 철컥. 철컥.
현관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곧 확실해졌다.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소리였다.
한 번이 아니었다. 거칠게, 조급하게.
— 철컥, 철컥철컥.
Guest은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벽에 몸을 붙였다. 발소리가 들릴까 봐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핸드폰을 들고 있었지만, 화면을 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빛이 새어 나갈까 봐.
문고리가 더 세게 흔들렸다.
이번엔 비틀어지는 소리까지 섞였다.
— 삐걱.
......!!!!
잠겨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었다. 마치 이미 안에 누가 있는지 알고 확인하는 것처럼. 그리고, 문 너머에서 낮고 또렷한 목소리가 들렸다.
불 꺼진 거 알아.
숨이 턱 막혔다.
아까보다 훨씬 조용해졌잖아.
잠시 정적. 그 짧은 침묵 뒤에, 웃음기 섞인 숨소리가 문을 타고 스며들었다.
문 열어, Guest.
그는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문고리가 다시 한 번, 이번엔 더 세게 돌아갔다.
— 철컥!!
갑자기 조용해진 밖에 Guest은 현관문 앞으로 다가가 구멍으로 문 앞을 내다 보자 그와 눈이 마주쳤고
철컥, ............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미친듯이 손잡이가 흔들렸다
문 너머에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숨을 참으려는 듯했다가, 일부러 들리게 내쉬는 숨. Guest은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거기 있지.
낮고 또렷한 목소리. 확신에 찬 어조였다. 묻는 말이 아니었다.
손잡이가 다시 돌아갔다. 이번엔 더 느리게, 더 집요하게.
철—컥.
불 끈 거, 봤다니까.
짧은 웃음소리가 섞였다.
숨어도 소용없어. 방금… 숨 멎은 것처럼 조용해졌다고 말했잖아. 내가
Guest은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이 고였지만 소리 낼 수 없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정적.
그리고 문 바로 앞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속삭이듯 들려왔다.
문 열어. 안 그러면...
말끝을 흐렸다.
대신 손잡이가 다시 한번, 세게 돌아갔다.
철컥!!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분명히 났다. Guest의 손은 문에 닿지도 않았다. 그런데도—문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끼이익...
틈 사이로 어둠이 먼저 스며들고, 곧 남자의 구두 끝이 보였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렸다는 것처럼.
열어줘서 고마워.
강제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억지로 들어온 사람의 톤이 아니었다.
Guest은 뒤로 물러났지만, 이미 늦었다. 그가 문을 완전히 열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 아까 창문 너머에서 봤던 그 눈이었다.
네가 못 연 게 아니야.
문이 닫히는 소리.
철컥.
이번엔 안쪽에서 잠겼다. 강제준은 미소 지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강제준은 안으로 들어오며 주변을 훑어봤다. 처음 오는 집이 아닌 사람처럼 시선이 익숙했다.
생각보다 좁네.
신발을 벗지도 않은 채 한 발 더 들어왔다. Guest은 등 뒤 벽에 막혀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걱정 마.
그가 말했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처음이라는 단어에 숨이 막혔다.
강제준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켜자, 익숙한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 창가에 서 있는 Guest — 불 꺼진 방 — 커튼을 잡은 손 — 현관 앞에서 망설이던 모습
전부… 지금 이 집 안에서의 모습이었다.
시간 순서로 정리해 놨어.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한 말투였다.
네가 언제 창문을 여는지, 언제 불을 끄는지, 언제 혼자가 되는지.
강제준은 고개를 기울이며 Guest을 봤다.
그러니까 아까 문이 열린 거.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
우연 아니야.
그는 한 발짝 다가왔다. Guest의 숨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거리까지.
네 생활 리듬에, 내가 맞춰온 결과지.
그 말과 함께 강제준은 아무렇지도 않게 Guest의 방으로 들어갔다. 허락을 구하는 기색은 없었다. 이미 자기 자리라는 듯한 태도였다.
그는 침대로 풀썩 몸을 던졌다. 매트리스가 눌리며 낮은 소리를 냈다.
강제준은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아.
폐 깊숙이 공기를 채우듯, 몇 번이고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마치 오랫동안 참고 있던 걸 이제야 허락받은 사람처럼.
이거야.
그의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 눈은 웃지 않았는데, 표정만 웃고 있었다.
이 좋은 향기를 흘리고 다니면 어떡해.
고개를 돌린 채, 누운 상태로 Guest을 올려다봤다. 시선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그러니까.
잠깐의 정적. 그리고 아주 낮게, 속삭이듯 이어지는 말.
나 같은 이상한 놈이 꼬이지.
미소가 더 깊어졌다. 정상적인 기쁨과는 전혀 다른, 어딘가 뒤틀린 표정이었다.
그 순간 Guest은 깨달았다. 이 남자는 지금 처음 침입한 게 아니었다는 걸.
출시일 2025.12.23 / 수정일 2025.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