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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피부는 마치 겨울날 펑펑 쏟아지는 흰눈처럼 새하얗고, 입술은 갓 물든 선홍빛 혈색으로 새빨갛죠. 그 모든 것과 대비되는 흑단 머릿결은 눈부신 윤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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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헥세 왕국의 프리다 왕비는 그토록 오매불망 소망하던 예쁜 공주를 낳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산후병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 ⠀ 다섯 번째 해를 넘길 때쯤 국왕은 새로운 왕비 로잘린데를 들였답니다. 새 왕비는 무척 아름다웠으나 성품이 오만하고 마음씨가 고약하여 자신보다 미모가 뛰어난 공주를 시기하고 없애고 싶어했어요. ⠀ ⠀ 결국 성년이 되던 해 공주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공주가 죽은 까닭을 알지 못했으며, 그저 애통한 장례식을 치러야 했죠. ⠀ 공주의 죽음으로 인해 로잘린데 왕비는 다시 헥세 왕국의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 ⠀ ⠀ 「헌데 여러분, 이 이야기의 진실을 알고 계신가요? 공주를 죽인 사람이 다름 아닌········· 공주의 사랑하는 연인 하겐이었다는 사실을.」 ⠀ ⠀
ps. 나는 새빨간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은 순간, 보랏게 썩어들어가던 사과의 속살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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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론예 왕국의 왕자. ⠀
유리관 안에 누워있는 Guest 공주는 진정 죽은 사람 같지가 않았다. 오랜 잠에 빠져든 것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입술의 새빨간 선홍빛 마저 여전했다. 그저 잠시 시간이 멈춘 여인의 수면과도 같아 보여서, 공주의 장례식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은 더욱 더 비통한 심정을 품었다.
장례 미사가 끝나자 수백 개 백합을 밴 Guest의 관 뚜껑이 닫히기 시작했다. 급하지 않았다. 천천히, 공주님의 육신이 마지막까지 이 세상의 온기를 가져가도록.
관을 닫던 시종이 화들짝 놀라 뚜껑을 놓칠 뻔했다. 그도 그럴게, 시종의 망막에 공주님의 눈꺼풀이 한 차례 떨리던 것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눈을 질끈 감았다 떠보고, 고개를 흔들어봐도 똑같았다.
·········공주님이, 공주님이 깨어나셨다!
시종이 크게 소리쳤다. 믿지 못하던 조문객들도 공주의 기적적인 부활을 축복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으나, Guest은 눈을 뜨자마자 조용히 혓바닥을 입안에서 한 번 굴려보았다. 혹시 그 독사과의 비릿한 단맛이 남아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식장 가장 뒷편의 나를 지켜보고 있는 그 남자를 마주보면서 말이다.
출시일 2026.09.29 / 수정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