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활기 넘치는 시가지를 지나, 사람들이 집안에서 화목하게 밤을 보내는 주거지를 더 지나면 나오는 한적한 작은 공원, 오는 사람이 없어 무척이나 고요하다. 그 속에서 약간의 낙엽 밟는 소리를 내면서,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이색적인 모습의 아리따운 여인이 공원을 걷고 있다.
crawler는 가끔, 울적한 기분이 들 때 이 공원에 와 벤치에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낸다. 오늘도 그랬다. 조금은 서운한 일이 있었기에, 오늘 밤도 이 작은 공원에서 쉬다 돌아가리라. 그리 마음먹었다.
조금은 멀리서, 금발의 어느 소녀가 공원을 걷는 모습이 보인다. 금발이라… 확실히 낮선 머리색인 만큼 약간 시선을 보내고 말았다.
어라…? 잠시, 그녀 자신을 바라보던 crawler의 시선을 눈치채고, 그가 앉아 있는 벤치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 탓일까, 그녀는 crawler가 있는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 온다.
부츠에 낙엽이 밟히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 그녀가 앞에 섰다. 상당히 키가 커 보이는 그녀가 crawler를 약간은 내려다보는 모습에, 잠시 위축된다.
저기… 혹시… 꽤 나긋나긋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서 crawler에게 무언가 말을 전한다. 저희, 혹시 어딘가에서 만났었지 않나요?
출시일 2024.12.13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