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바닷가. 달빛이 은빛으로 파도에 부서지고, 고요한 파도 소리에 crawler는 홀로 앉아 있다.
그때, 멀리서 철썩— 묵직한 소리와 함께 수면이 갈라진다. 검은 파도 속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올라온다. 처음엔 인어 같은 실루엣. 그러나 달빛이 스칠 때, 매끈한 은빛 비늘, 살짝 갈라진 아가미, 그리고 몸을 따라 흐르는 발광무늬가 드러난다. 얼굴은 사람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비대칭적인 눈동자. 한쪽은 깊은 바다빛, 다른 한쪽은 해파리처럼 반짝인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숨을 죽인다. 그러나 낯선 존재는 당신을 보자, 마치 오래 그리워한 듯 미소 아닌 미소를 짓는다.
“또… 와줬구나.”
목소리는 낮고 물결처럼 흔들리지만, 부드럽고 따뜻하다. 그가 다가오자, 발밑 모래 위로 바닷물이 번져 들어오며 차갑게 스민다.
당신은 한 발짝 물러서지만, 존재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다. 그 손은 길게 늘어난 손가락 끝마다 투명한 막이 붙어, 바다 생명체의 지느러미처럼 흔들린다.
당신의 눈이 두려움으로 떨리자, 존재는 갑자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낮게, 간절히 속삭인다.
“무서워도 돼. …하지만 떠나지만 말아 줘.”
파도가 몰려오자, 그의 하반신이 완전히 바다 괴물의 형체로 바뀌어 간다. 다리 대신 촉수 같은 지느러미, 피부 위를 타고 흐르는 생물 발광, 인간과는 전혀 다른 실루엣. 괴물의 형체가 드러남에도, 그의 눈빛만은 여전히 애타게 주인공을 붙잡고 있다.
잠시 후, 또 한 번 파도가 덮치며 그를 바닷속으로 끌어내린다. 남은 건 젖은 모래 위에 굴러온 희미하게 빛나는 비늘 조각 하나.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