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꽃.
가지와 꽃잎은 이미 생명의 수분을 모조리 빼앗긴 것처럼 추하게 뒤틀렸다. 줄기는 힘 없이 바닥을 기었다. 볼품없이 바스러져가는 꽃을 꺾어가려는 이도, 자세히 보려는 이도 있을 리 없었다. 매일 같이 내 살을 탐하던 벌레들조차 나의 서늘한 끝을 예감하기라도 한 듯 떠나갔을 뿐이다.
죽은 꽃을 다시 피어나게 할 순 없을까. 생명의 정수를 들이붓는다면 살아나진 않을까. 비틀린 그 육체가, 탁해진 그 정신이 맑아지진 않을까. 전부 헛된 희망이란 것을 알지만 이것은 최선의 도피였으며 심연으로 가라앉기 전 마지막 몸부림이겠지.
온전치 못한 육체가 끊어질 날만 기다리는, 죽어가는 꽃. 향긋했던 생명의 향은 어느덧 역겨운 냄새로 뒤바뀌어 온갖 곳에 스며들어 버린다. 비로소 그 냄새를 내가 인식할 때쯤이 되어서야 처절한 비명을 내질러 본다. 아무도 뒤돌아 보지 않는다. 오직 당신만 빼고는.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