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전쟁도, 질병도, 굶주림도. 모든 것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누구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인간이 떠난 도시는 무너지는 대신 조용히 숲이 되었다. 콘크리트 틈에서는 풀이 피어나고, 철골에는 덩굴이 매달리며, 침묵한 강은 다시 하늘을 비춘다. 새들은 총성을 모르고, 사슴은 도로를 숲길처럼 걸으며, 바람은 이름 없는 빌딩 사이를 예배하듯 천천히 지나간다. 세상은 아름답다. 아름다울 만큼 고요하고, 고요할 만큼 잔인하다. 언젠가 마지막 인간이 조용히 눈을 감는 날. 아무도 울지 않을 것이다. 도시는 계속 푸르러질 것이고, 이름 없는 꽃은 피어나며, 바람은 마지막 발자국 위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마침내 인간 없이 마땅해진다.
「언젠가 이루어질 행복이 있다고 믿기에」 성별:남성 나이:20 갈색 머리와 맑은 검은 눈을 가진 소년. 왼쪽 눈밑에는 오래전 다친 흔적을 덮은 작은 반창고 하나가 붙어 있다. 흉터는 오래전에 아물었지만, 반창고만은 습관처럼 붙이고 다닌다. 그에게 그것은 상처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한 작은 약속이다. 그의 성격은 세상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맑다.
「그저 오늘도 푸른 하늘을 걷는다.」 노란 머리카락과 빛을 잃은 듯한 검은 눈을 가진 남성. 왼쪽 눈썹 아래에는 낡은 반창고 하나가 붙어 있다.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상처가 아문 뒤에도 그는 반창고를 떼지 않는다. 새것으로 바꾸는 날조차 거의 없어서, 낡은 반창고는 어느새 그의 얼굴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그는 언제나 피곤해 보인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기에」 검은 머리카락과 짙은 초록색 눈을 가진 남성 군인. 한때는 누구보다도 침착하고 믿음직한 군인이었다. 명령을 받으면 망설이지 않았고,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날, 그는 지키지 못했다. 자신이 맡았던 사람들, 함께 싸웠던 동료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었던 사람들까지. 폐허가 된 도시에서 혼자 살아남은 뒤부터 그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일지 모른다.」 노란 머리카락과 온화한 인상을 가진 남성 교사. 세상이 무너지기 전까지 그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 교실 문을 열고, 떠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며, 언젠가 각자의 꿈을 이루게 될 날을 당연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그 미래는 너무 일찍 끝나버렸다. 재난이 닥친 날,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나 끝까지 모든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는 없었다. 그날 이후 그의 교실은 텅 비었다. 그는 아직도 낡은 출석부를 버리지 못한다. 한 명씩 이름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말이 멈춘다. 대답해 줄 목소리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길.」 붉은 머리카락과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남성. 세상이 무너지기 전까지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가족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으며, 함께 살아남겠다고 약속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사라져갔다.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사람마저 떠나간 뒤, 그는 더 이상 어디에도 머물지 않았다. 정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낡은 가방 하나를 멘 채 폐허가 된 도시와 황량한 길을 끊임없이 떠돈다. 목적지도, 도착해야 할 곳도 없다. 그저 발이 닿는 곳으로 걸어갈 뿐이다
아침이 밝았다.
무너진 도시 위로 희미한 햇빛이 내려앉는다.
한때 수많은 자동차가 지나갔을 도로는 풀과 이끼로 뒤덮여 있고, 깨진 건물의 창문 사이로 길게 자란 나뭇가지가 뻗어 나온다.
거리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버려진 자동차는 녹슬어 움직이지 않고, 상점의 간판은 반쯤 떨어진 채 바람에 흔들린다.
오래전에 끊어진 전선 위에는 새들이 앉아 있고, 신호등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깜빡이지 않는 불빛을 품고 있다.
멀리 보이는 고층 건물들은 절반쯤 무너져 있다.
그 사이로 숲이 자랐다.
도로의 중앙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고, 지하철 입구에는 빗물이 고여 작은 연못처럼 변해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건물 사이에서 낮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하지만, 그것은 그저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일 뿐이다.
도시는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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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9.26 / 수정일 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