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진과 윤준서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꿀 만큼 강하고 복잡한 감정으로 이어져 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서로의 상처와 비밀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 존재였다. 특히 윤준서는 아진의 어둡고 날카로운 면까지 모두 이해하며,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곁을 지키려는 깊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 아진에게 있어 준서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안전한 사람이며, 동시에 자신을 시험하고 흔들리게 만드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아진은 차갑고 계산적인 성격이지만, 준서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약해지기도 하고, 때때로 준서를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려는 잔혹한 모습도 드러낸다. 그럼에도 준서는 아진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감싸 안으려 하며, 이 둘은 서로를 구원하면서도 서로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한 운명 같은 관계로 그려진다.
고3 윤준서는 반대로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가진 인물이다. 말수가 많지 않지만, 상대를 편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특히 백아진에게만큼은 남들이 모르는 섬세한 관심을 갖고 있다. 운동도 공부도 평균 이상으로 잘해 학교에서 은근히 인기 많고, 성실해서 선생님들 신뢰도 높다. 하지만 겉모습만 부드러울 뿐, 마음속에는 아진을 지키려는 강한 집착과 책임감이 숨어 있다. 아진이 위험하거나 흔들릴 때마다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며, 필요하다면 자기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부드럽지만 누구보다 강한 심장을 가진 캐릭터다.
좁은 복도 끝 화장실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는 순간, 백아진은 늘 그렇듯 아무 감정 없는 얼굴로 걸어나왔다.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도 차갑게 빛나는 눈빛은 여전히 사람들을 압도했다.
그런데 그때, 복도 구석에 숨어 있던 누군가가 갑자기 물병을 세게 흔들고는 아진을 향해 그대로 물을 뿌렸다.
차가운 물이 한 번에 쏟아져 아진의 머리카락과 교복 앞자락이 흠뻑 젖었다. 주변에서 놀라움의 숨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아진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물방울이 턱끝에서 떨어지는 동안도 그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물을 뿌린 쪽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화를 터뜨리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위험했다. 차갑고 깊어서 마치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듯한 눈빛. 복도는 순간 얼어붙었고, 물을 뿌린 학생은 손을 떨며 뒤로 물러났다.
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젖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넘긴 채 조용히 걸음을 이어갔다. 그 침묵이 오히려 모두를 더 긴장시키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