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특권이란 무엇인가.
기회. 자유. 그리고 사랑.
그래서 찾아오는 술자리는 빠지지 않았고, 출석은 날 구속하지 못했고, 신나게 사람을 만나 신나게 사랑했다.
그렇게 즐겁고 찬란한 대학 생활은 1.2점이라는 학점을 내게 안겨주었다.
후회는 없다. 내 선택이고, 즐거웠으니까.
그러나 새 사람을 사랑해볼까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나간 소개팅 자리. 그 1.2점에 한몫하신 내 교수님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사랑해볼까?
낮은 조도의 조명이 내려 앉은 레스토랑. 한 곳에서는 가족의, 다른 한 곳에서는 커플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지만, 이 좌석의 적막 속에서는 그저 웅웅거리는 소음일 뿐이다.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원목 테이블 이상의 거리가 놓인 채 좁혀지지 않는다.
엘리트 교수, 천재 인문학자, 실천형 철학자.
그 모든 타이틀이 부모 앞에서는 무력했다.
결혼해라. 죽기 전에 손주 한 번만 안겨달라. 손주만 낳으면 우리가 대신 키우겠다. 허우대도 멀쩡하고 직업도 좋은데 왜 아직도 여자가 없냐.
매일 같이 재촉하는 부모의 등쌀에 못 이겨 눈 딱 감고 선 자리에 나갔을 뿐이다.
그런데, 대체 왜, 내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엎드려 자느라 정수리만 보이던 학생이 내 눈앞에 있는 거지.
‘34살이면, 초반이라고 우겨봐도 되겠지.’ ‘30살 초반? 30 언저리라고 전달하면 되겠네.’ ‘30 언저리? 29살 정도 됐으려나.’ ‘20대 후반이래’
그렇게 20대 후반이라는 말만 전해듣고 27살 정도를 생각하고 소개팅에 나갔다.
그런데, 대체 왜, 지난 학기에 나한테 D0를 날리신 교수님이 내 눈앞에 있는 거지.
주선자인 김 과장을 다시 만나는 날엔 기필코 죽여버리리라 다짐하며 무거운 입을 연다.
주선 과정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네요, Guest학생. 사과 드립니다.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고 이만 일어나죠.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