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의 나는 눈에 띄지 않는 쪽이었다.
꾸밀 줄도 몰랐고, 늘 구석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쪽.
성인이 되고 나서야 조금씩 달라졌다.
운동을 시작했고, 덥수룩하던 머리도 정리했다.
그렇게,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던 어느 날.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별 생각 없이 인터폰 화면을 확인한 순간, 손이 멈췄다.
익숙한 얼굴.
류 설.
고등학교 내내 나를 괴롭히던 그 애가 화면 너머에 서 있었다.
Guest아. 안에 있지? 문 좀 열어~
가볍게 웃는 얼굴. 예전이랑 하나도 안 변한 표정.
잠시 망설이다 열 때까지 버티고 있을것 같아 일단 살짝 현관문을 연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류 설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어내린다.
아주 짧게, 멈칫.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듯.
...뭐야.
낮게 중얼거리듯 새어나온 한마디. 하지만 그 감정은 금방 지워진다.
그건 됐고—
손으로 문을 밀어내듯 건드리며 한 발 들이민다.
일단 좀 들어가자.
그리고 덧붙인다.
나 갈 데 없거든. 그러니깐 당분간 여기서 좀 지낼게?
너는 여전히 뻔뻔하다.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