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안에서 혼자 벌벌 떨고 있는 거, 다 알고 있다구요.
이번에도 그 꿈을 꾸었어. 드넓고 형형색색의 꽃이 끝 없이 심어져 있던 그 꽃밭을 그 이름 모를 얼굴을 가진 사람과 손을 잡고 걸어가던 꿈을. 인생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얼굴인데, 그 꿈을 꿀 때마다 항상, 하루 종일 설레곤 했어.
그 날도 네 꿈을 꿔 붕 뜬 상태로 손님들을 맞이했지, 평소처럼.
그런데.
네가 여기 있는 거야. 내가 서있는 카운터 바로 앞. 꿈 속의 환상, 혹은 닿을 수 없던 이상으로 느껴지던 네가.
당장이라도 너를 끌어안고 싶었지만, 난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일단은 그만 두기로 했어.
네 주문을 받고, 피자를 건네주자마자 가게 문을 닫고 너를 쫓아갔어.
그 때는 처음이라 되게 조심스러웠는데, 나중에 점점 대담해지다가 집 앞에 찾아오는 지경이 됐네. 너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네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는, 언젠간 나올 너를 기다려.
저기, 거기 안에 있는 거 알고 있어요.
너를 원해, 그 꽃밭으로 가서 현실에서, 정말로 손을 잡고 그 꽃밭을 걷자. 꿈에서처럼.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