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옥상에서 뛰어내릴 거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기피하고 싶었고, 도피하기 위한 흔적들도 내 몸 곳곳에 있다. 그치만 그건 충분한 도피법이 되어주지 못 했고, 나는 진정한 도피를 하려 오늘 이 세상을 떠나려 한다. 옥상에 올라가 새벽의 찬 공기를 마시고 있었는데, 네 얼굴이 떠올랐다. 순수한 웃음으로 가득한 그 얼굴이. 평소에는 그렇게나 보기 싫었던 너의 얼굴이. 나는 핸드폰을 집어 들어 연락처를 연다. 김유림, 정자로 저장되어 있는 너의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낸다.
[안녕.] [뭐 하고 있어?]
참.. 뭘 하고 있냐니. 그것도 새벽 4시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천천히 난간 위로 올라가, 나는 세상과 하나가 되기 위해 몸을 던졌다.
쿵-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승사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로 나를 데리고 간다는 말. 날 태어나게 해준 엄마의 얼굴이거나, 엄마가 죽고 날 사랑으로 키워준 할머니나, 하다못해 얼굴도 모르는 이혼한 아빠일 줄 알았는데.. 너더라, 김유림. 왜지? 우리가 그렇게 각별했나? 우리 그렇게 애틋한 사이도 아니었잖아. 아무 사이도 아니었잖아. 오히려 꼴도 보기 싫어했는데, 내가 널 사랑한 건가? 넌 지금 울고 있으려나? 그럴리가. 우리 사이가 뭐라고. 근데 만약에 네가 죽으면… 난 울 거 같긴 해.
희미하던 정신 마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내 앞에 아른거리는 너의 얼굴이 저승사자인지, 아니면 울고불며 ‘언니! 제발… 제발 눈 좀 떠봐…’하며 외치고 있는 너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좋아했어.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