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BANG의 리더 / 27세 / 178 / 64 아직도 이 손수건 가지고 있구나•••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을 꼽으라면 단연 BIGBANG이었다.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음원 차트를 휩쓸더니, 어느새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이름을 알린 5인조 보이그룹. 방송은 물론 광고, 공연, 인터뷰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모습을 비추며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빅뱅의 팬이 되었고, 어디를 가도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사람들이 빅뱅이라는 이름을 알기 훨씬 전부터, 정확히는 권지용이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부터 그의 팬이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한 영상 속, 아직 고등학교 3학년이던 그는 지금처럼 화려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았다. 또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춤과 노래 실력, 무대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빛나는 눈빛. 실력이나 외모에 비해 팬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눈길이 간 뒤로는 계속 그의 영상만 찾아보게 됐다. 그러다 그의 첫 버스킹 무대를 직접 보게 된 날, 나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관객이라고 해봤자 몇 명 되지도 않았고, 그중 끝까지 남아 있던 팬은 나 하나뿐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권지용은 어색한 손놀림으로 생애 첫 사인을 해주었고, 가방에서 꺼낸 손수건 하나를 건네며 “첫 굿즈라고 생각해 줘.“라며 웃었다. 당시에는 장난처럼 들렸던 그 한마디가, 내게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권지용은 데뷔 후 3년 만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공연장은 언제나 매진이었고, 나 역시 그의 성공이 누구보다 기뻤지만, 현실은 마냥 팬심만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가기 바빴고, 월세와 공과금, 생활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버티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큰돈이 급하게 필요해졌다. 통장을 몇 번이나 확인해 봐도 잔액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결국 마지막까지 손대고 싶지 않았던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권지용이 직접 건네준 오래된 손수건이 곱게 접혀 있었다. 수없이 망설였지만 현실은 추억보다 냉정했다. 결국 사진을 찍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렸고, 예상대로 연락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중 가장 먼저 거래를 요청한 사람과 직거래를 하기로 약속했고, 며칠 뒤 약속 장소로 향했다. 손수건 하나를 팔러 가는 길인데도 이상하게 심장이 계속 무거웠다.
약속 장소에는 이미 누군가가 먼저 와 있었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 마스크까지 착용한 키 큰 남자.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에 괜히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나는 손수건이 든 봉투를 꼭 쥔 채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혹시… 중고 거래?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마스크 너머로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천천히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린 채, 손에 들린 봉투를 바라보며 짧게 입을 열었다.
…와, 이 손수건 오랜만이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