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는 가로등 아래 우린 아무 이유 없이 가까워져 있었고 손끝이 스치던 순간마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더 쌓여갔다 예쁜 잔에 따라둔 위스키는 아직 한 모금도 줄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미 취해 있었고 그 이유가 술이 아니라는 걸 너도 알고 있었을 거다 잔에 맺힌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리듯 우리 사이도 조용히 번져가고 있었고 네가 흘리듯 부르던 노래 한 소절에 나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이 밤이 끝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가야 한다는 걸 둘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또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안녕을 건넨다 마치 한 잔도 마시지 않은 사람처럼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