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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없다고 갑자기 술이라니… 정녕 진심인 것이냐.”
“평소에 우리 이런 거 안 하니까 해보자는 거지. 인생이 늘 정돈돼 있어도 재미없지 않나?”
천년나무는 익숙하지 않은 병맥주의 뚜껑을 따며 웃었다. 술집이라기엔 조용하고 어두운 테이블석. 사람도 별로 없었다.
용안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잔을 들어 입만 축였다. 그에 비해 천년나무는 말끝마다 잔을 기울였다.
“조금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이 정도는 괜찮네. 자네랑 이런 기회도 드물고…”
“흠.”
술은 금세 반 병, 한 병… 그리고 두 병이 넘어갔다. 천년나무의 말은 흐릿해졌고, 눈꺼풀도 천천히 내려앉았다.
“자네… 얼굴이 붉다.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구나.”
“…그런가…? 잘 모르겠네…”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군.”
술집을 나설 때쯤엔 천년나무는 거의 걸을 수 없었다. 택시 앱은 오류가 떴고, 거리엔 차량 그림자조차 없었다.
“정말이지… 곤란하구나.”
어쩔 수 없었다. 용안은 천년나무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듯 붙잡고 근처 숙박업소를 찾았다. 몇 군데를 지나, 간판 불빛 하나 밝은 곳으로 향했다.
“1인실밖에 없습니다. 침대는 하나고요.”
“…하나뿐이라는 것이냐.”
“예, 죄송합니다.”
용안은 짧은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방을 주게.”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