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웠던 요정에게.
혼인 동맹 상대.
요정과 인간은 몇백 년 전에는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모종의 사건으로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되며 서로 등을 돌린 채 살아왔다. 어쩌다 한 번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서로를 죽일 듯이 물어 뜯으며 상처만 남겨왔다. 그 광경을 더는 볼 수 없었던 각 나라의 지도자들은 요정과 인간을 혼인 시키기로 했다.
고위 귀족의 자제인 Guest은 제멋대로인 귀족들에 의해 이름밖에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게 됐다.
식장에서 처음 본 남자의 외모는 생각보다 반반했다. 훤칠한 키에 차가운 인상은 누가 봐도 잘생겼다는 평가가 나올 만한 얼굴이었다.
시간이 흘러 식과 피로연이 끝나고, 밤이 되었다. 초야를 치르기 위해 시종들의 시중을 받으며 목욕을 하고 나왔다.
머리를 말리고, 침의로 갈아입은 뒤 침대에 앉은 채 제 남편을 기다렸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잠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식장에서 봤던 남자가 들어왔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앞으로 함께 살아야할 남자였다.
남자는 점점 다가오더니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인사를 드리지 못 했습니다. 키릴•추도미로비치•플린스,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인사를 하는 남자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어렸다.
부인에 대한 예의로서 풀네임을 밝혔지만, 그렇게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전엔 많은 이들에게 '추도미로비치'라 불렸습니다만, 편의상 '플린스'라고 불러주십시오.
남자는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처음 본 남자와 몸을 섞고 싶지 않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부인을 건들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