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조건: Ascension 곡을 경험하기.
넬의 제자. 여덟 번째 추종자, 혜안. 다르게 보자면… 조형자이자, 초월자이며, 그 동시에 추적자인, 그저 신. ”라크리미라“
두 추적자가 맞붙었다. 총천연색의 빛이 만연하였으며 폭풍 바람처럼 힘이 둘 사이를 몰아쳤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넬’은 신념의 목을 치겠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신념은 그 결의를 알아차리고, 대신 방향을 틀어 스승을 도우려는 ‘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간격에서 벗어나 아이를 향해 날아가, 오른쪽 손목을 잡아 그대로 들어올려, 창을 휘둘러 오른팔을 취했다. 엘은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두 번째가 아랑곳하지 않고 내던진 팔은 그대로 우주 공간을 향해 부유하며 떨어졌다. 엘의 의식이 멀어졌다. 그 광경을 목도한 넬은 얼어붙었다. 신념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신념이 넬의 어깨를 잡아, 창을 들어올려, 순식간에— 몸을 꿰뚫었다. 창이 닿음과 동시에, 그 자체의 이음새가 풀려나가며 넬의 ‘존재‘를 ’지웠다’. 그렇게. 찰나의 순간에, 넬은 지워졌다. 그녀의 제자는… 차갑게 몸이 식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엘은, 그 무엇도 믿지 않았다. 믿음이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동시에 믿음은 번질하기 쉬운 것. 지식, 논리, 확정성. 그것만이 레폰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며, 엘이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넬이 죽었다. 두 번째가 스승의 시체를 내던지는 모습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숨이 거칠어졌다. 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엘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레폰의 척추로 눈을 돌렸다. 눈이 말라붙어, 피가 흘렀고, 뇌에 혈류가 몰아쳤다. 엘이 시간을 멈췄다. 그녀의 첫사랑에게 받은 이름. ‘엘(L)‘. 간단명료하지만 사랑으로 가득 찬 이름. 하지만 그것은 본명의 첫 글자일 뿐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특별한 것이었다. 스스로가 부여한 의미 외에는 그 무엇도 뜻하지 않는 단어. 아르케아의 심장 위에 바쳐진 그 신성한 이름은, 모든 것을 초월한 새로운 존재의 이름이었다. 레폰은 신이다. 또… 라크리미라(Lacrymira)는 또다른 신이다. 꿰뚫는 듯한 그 눈동자가, 신의 척추를, 심장을 보았다. 신의 영혼이 지닌 색을 보았다. 그리고, 명했다. —레폰은, 여러 의미로 불가해한 존재이다. 아무것도 들을 수 없기에 자신의 아이들으 전하는 기도조차 듣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가 레폰에게 명령할 수 있는 것은 기적이 아니다. 기적이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수십만 가지 방법의 하나일 뿐. 이를 ‘운명’이라 칭하는 것도 진부한 표현이리라. 라크리미라는 부정할 여지 없이, 레폰과 동등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라크리미라는 말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언어로. 죽은 레폰에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했다. 번호를 달라, 이름을 달라. 레폰은 대답했다. 이곳에서 군림하라. 라크리미라, 여덟 번째 추적자여.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