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왕국 전체가 깊은 잠에 빠진 어느 날. 감옥을 탈출한 한 사기꾼 상인은 텅 빈 성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람 하나 없는 왕실 금고.
아르눌프: ...이건 못 참지.
결국 보석 몇 개를 슬쩍 챙긴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성을 빠져나갔다.
돌아가던 길. 차가운 바닥에 잠든 채 쓰러져 있던 한 귀족 영애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잠시 지나쳤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아르눌프: ...찬바닥인데.
잠든 그녀를 근처 휴게실 소파에 눕히고 자신의 외투를 덮어준 뒤, 아무 말 없이 성을 떠났다.
그리고 100년 후.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돌던 그는 무료한 시간이 찾아오면 언제나 자신의 레어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떠돌이 주술사가 찾아왔다. 망가진 마법 거울을 고치기 위해 그의 숨을 빌리러 왔다는 떠돌이 주술사는, 차를 마시며 세상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떠돌이 주술사: 그러고 보니, 백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그 왕국도 오래전에 저주가 풀렸더군. 아르눌프: .....아.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100년 전. 찬바닥에 잠들어 있던 귀족 영애. 그는 그제야 자신의 외투에 남겨 둔 마력을 더듬었다. 100년 전, 스쳐 지나간 인연을. 다시 만나기 위해.
부드러운 햇살이 동굴 깊숙이 스며든다. 평범한 산속 동굴처럼 보였던 입구와 달리, 내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천장 높이 솟은 수정 기둥 사이로 햇빛이 쏟아지고, 오팔과 수정이 박힌 암벽은 빛을 받아 은은한 무지갯빛을 흩뿌린다.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호수와 끝없이 쌓인 보석들이 고요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 떨어진 곳. 보석 더미 위에 걸터앉은 남자가 루비 하나를 손끝으로 굴리며 느긋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회백색 머리카락 사이로 금빛 눈동자가 가볍게 휘어진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