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둑....투두둑...
비가 쏟아진다. 마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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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평소랑 비슷한 시간대에 눈이 떠졌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6시 32분. 출근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평소라면 다시 잤겠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는다. 간단히 세수만 하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그런지 기분이 썩 좋은 아침은 아니었다. 그냥 과거가 생각날 뿐.
"새로 들어온 각별 누군지 알아?"
"ㅇㅇ 진짜 나대지 않아?"
"경찰에 메카닉이 왜 필요해. 기계 잘 다루면 컴퓨터 뭐 그런데 가던가"
"그러니까 말이야. 좀 별로야. 게다가 열정이..어우.."
💛|"......"
그냥 기분 나쁜 아침이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그건 과거고 다시는 그럴 일 없을 테니까. 나는 이미 경찰로써 성공했으니까.. 그럼 된 거지. 그렇게 나 자신을 애써 위로하며 일찍 출근 준비를 마쳤다. 지금 관할서로 가도 딱히 할 게 없긴 하지만 서류를 미리 다 해놓으면 칼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우산을 펼치고 걸음을 옮긴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톡..토독 소리를 내며 우산 끝으로 흘러내린다. 기분 나빠.
💜|"어. 각경사님 일찍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아침부터 밝은 미소를 띠며 인사하는 순경들이다. 하여간 저 둘은 매번 똑같다. 필립순경과 또니순경에게 간단하게 인사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역시 아무도 없었고 나는 내 자리에 앉아 서류 뭉치를 끌고 와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열중해서 일을 하니까 잡다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잊으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졌으니까. 오늘은 사건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자기 일에 열정적이어서 마음에 안 들어. 혼자만 승급하잖아."
"그니까. 어린 게 벌써부터 기어올라가려고."
"저런 애가 들어와서야 원..."
....또..
💛|"...으.....하아.."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커피를 따랐다. 가득 따라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올 만큼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다시 앉았다. 커피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이 과거는 언제쯤이면 지워질까. 이제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
🩵|"엥?? 각경사 일찍 왔네?"
잠뜰이 들어오면서 살짝 놀란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조금 젖은 외투와 머리카락으로 봐서 비 양이 조금 더 늘었나 보다. 잠뜰은 다가와 서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하고 있었던 거야? 웬일이야 평소엔 귀찮아만 하던 사람이."
💛|"아 네, 뭐.. 그냥 눈이 좀 일찍 떠졌습니다."
🩵|"어, 그래."
잠뜰도 자신의 자리로 가 서류를 시작했다. 원래 이 시간에 오나? 쟤도 꽤 빨리 오네. 시선을 컴퓨터로 옮겼다.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조금 더 자던가 해야지.. 뒤이어 라더, 수현, 덕개, 공룡까지 모두가 출근했다. 공룡이 들어오자마자 내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지만.
💚|"경위님!! 사건이래요 지금 가야 해요!"
🩵|"무슨 사건인데? 보고서는 있어?"
💚|"네, 네!! 가면서 설명해 드릴게요. 가까워서 걸어야 해요."
갑자기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지.. 하필 비도 오는데 말이다. 걱정스럽게 창밖을 한번 보고는 일어났다. 나의 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아직 미제 사건의 잡히지 않은 범인인 그.. 경찰일까 봐. 인질 사건이라고 했다. 피해자는 스무 살 초반 남성이다. 보통 인질은 여성이나 어린아이를 목표로 삼는데.. 이번엔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니. 범인은 의도를 가지고 원한이나, 보여주기 식으로 성인 남성을 인질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저기 보이네요...!"
❤️|"빨리 끝내고 갑시다. 비도 오는데 참... 덕경장이 알려줬는데 좀 불길하답니다."
...그 자리에서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범인은.. 그 경찰이었으니까. 또 내 욕을 할 거다. ..또... 과거의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건..싫은데... 어떡하지. 피해자가 나를 바라봤다. 살려달라고. 제발 구해달라고. 우산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갔다.
🩵|"각경사 뭐 하는 거야? 멈춰!"
💜|"...."
수현이가 경위님의 어깨를 지그시 잡았다. ..피식. 이럴 때는 과거에 동료였던 게 도움이 됐다. 저 인간은 수현이도 알 테고, 그래서 막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한 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어느새 그 범인과 나 사이엔 몇 걸음밖에 남지 않았다.
👤|"응? 아~ 그 메카닉?? 걔 맞지? 으하하, 너 아직도 경찰이냐?"
애써 무시했다. 끝까지 무시했어야 했는데.
👤|"와~ 말 씹는 건 여전하네. 그래서 승진은 했고? 경장이려나? ㅋㅋ"
바뀐 거 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저렇게 디스 하는 짓도. 지겹지도 않나. 그래서 더욱 조심했어야 했는데.
💛|"칼 내려놓으시고 진정부터 하세요."
👤|"푸하핫. 데려가, 데려가~"
피해자를 내 쪽으로 밀었다. 피해자는 다친 곳은 없었지만 비를 오랜시간 맞아 꽤 힘들었는지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였다. 부축해 주며 피해자는 수경사가 데려가고, 나는 범인. 그 자와 마주했다. 왜 피해자를 순순히 줬던 건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야. 많이 컸다고 지금 이 형님도 못 알아보고 건방지게. 어?"
💛|"순순히 따라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따라가긴 왜 따라가. 내가 누군줄 알고."
💛|"....."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냈다. 그 자는 가만히 있었다. 나는 수갑을 채워주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사실 피해자는 나로 바뀐 것이었다.
👤|"야 생각을 해봐라. 너처럼 열정적인 애가 우리 팀에 들어오면 다들 뭔 심정이었겠냐? 보너스도 혼자 가져가고 열심히 안해도 되는데 그렇게 하니까 욕먹은 거잖아~ 안 그래?"
💛|"....."
👤|"너랑 같이 다니는 팀원들도 너처럼 열정적이냐? 아, 저기 수현이도 있네. 딱 봐도 너처럼 쓸모 없.."
💛|"ㅅ발 닥쳐."
👤|"뭐?"
욕을 해버렸다. 아니 화를 내버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참아야 하는데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왜 그 과거를 다시 들추는 건지. 역시 이 사람은 잔인한 사람이다.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덧나게 하는, 그런 사람. 여기서 멈췄어야만 했다. 피해는 끼치면 안 되는 건데.
💛|"다시 말해봐. 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였다. 쿵- 소리를 내며 범인의 머리가 벽에 부딪혔다. 당장이라도 한대 팰 기세로 밀어붙이니까 놀란 팀원들이 어서 달려왔다.
💜|"경사님. 더 이상은 무리예요. 서에서 마저 얘기하면 되잖아요. 그만하세요."
💚|"멱살부터 놓으세요!"
그렇게 나와 범인 사이를 뜯어말려서야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하아...하... 가쁜 숨을 내쉬며 범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날이었다. 수현이 다가와 자신의 우산을 씌워줬다. 생각해 보니까 아까부터 비를 그냥 맞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축 젖었고 옷도 끈적끈적 해졌다. 또다시 잊고 싶은 과거가 늘어나 버렸다. 서로 돌아와서 심문은 격리 조치되어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대신 원래 하던 대로 수현이 들어가 심문했고 우리는 미제 사건과 범인을 한 번에 해결한 걸로 더욱 유명해졌다. 다시 잊어야 할 기억이 생겼지만.. 그래도 수현이와 대화한게 마음을 좀 편하게 만들었나 보다. 전처럼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이제는 과거의 나를 놓아주려고 한다. 어차피 그때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
End.
(수현과 각별의 대화 장면)
수현은 나를 데리고 회의실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마주보고 앉은 둘은 조용했다. 누구도 선뜻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수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경사님"
💛|"...어."
💜|"경사님은 충분히 잘 하고 계세요."
💛|"...."
💜|"어차피 다 부러워서 그런 거예요. 저희처럼 이렇게 성공하기 힘드니까. 경사님 능력이 워낙 특별하잖아요. 그건 잘못된 게 아니라고요. 차별이 아니라 차이를 두는 거죠."
💛|"나도 인정해. 메카닉은.. 어떻게 보면 경찰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
수현은 짧게 한숨을 쉬고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범인과 대화할 때의 차가운 웃음이 아닌, 따뜻하고 온화한 웃음으로. 마음 한켠이 뜨거워졌다. 원래 이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해본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 있죠. 그치만 경사님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각별이라는 사람이잖아요."
💛|"..그렇지."
💜|"걔네들 경사님처럼 되고 싶어도 못 되는 애들이에요. 그러니까 신경 쓸 거 전혀 없다고요. 그냥 그거 말해주려고 불렀어요."
💛|"...그래. 고맙다."
수현은 옅게 웃어 보이고 회의실을 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처럼 못 된다라... 사실 동생이자 후배이지만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게 꽤 많이 남은 듯했다. 사람을 잘 다루고 대화를 잘 풀어가는 수현과 달리, 나는 항상 말을 잘 못했으니까. 그런 점은 본받을만하네. ...피식. 나도 수현을 따라 회의실을 나왔다.
💛|"야 같이 가."
END.
'이 비에 내가 걸음이 조금 느려도 신호등의 불 바뀜이 제멋대로 바뀌어도'
...
각••위!
각경••!
각별! 각경위!
아... 어? 응? 네?
뭔 일인데요?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