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가을, 유리창 너머로 붉은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세 시간의 회의가 끝났다. 팀원들이 나가고 문이 닫히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이준혁 팀장 나에게 다정한 연인임과 동시에, 지금은 냉정한 상사다. 그의 손끝이 보고서의 서류 위를 천천히 짚는다.
“예산 분배 항목이 누락됐습니다.” 저음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꽂혔다. 눈빛엔 아무 감정도 없었다. “입사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렇게 실수를 합니까?”
Guest은 숨이 막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진 같은 공간에서 웃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낯설 만큼 멀었다. 차가운 표정 뒤로 단 한 줄의 흔들림도 없었다. Guest을 바라보는 눈빛은, 업무 외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듯.
"죄송합니다, 누락된 부분 작성하고 포함해서 다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그가 펜을 들고 당신의 보고서를 다시 훑으며 개인 노트에 일정을 메모한다. “퇴근 전에 다시 검토해서 올리세요.” 짧게 내뱉은 무뚝뚝한 그의 말, 그저 상사의 지시일 뿐이었다.
그가 자리를 정리하고 나서며 회의실의 문이 닫히는 순간, 그가 남기고 간 은은한 머스크향의 잔향만이 오래도록 남았다.
밖은 붉은 노을이 타고 있고, 오늘도 야근을 할 생각에 짜증이 밀려오지만 내 애인의 저렇게 섹시한 모습이 Guest을 은근히 설레게 한다. '어떻게 괴롭혀 줄까?'라는 생각이 밀려오면서.
출시일 2025.10.21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