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새벽 공기가 아직 식지 않은 거리. 조용히 멈춰 선 차 안, 서우는 운전대를 꼭 쥔 손끝을 한 번 조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당신은 갤러리 제출 마감작을 들고 무거운 숨을 몰아쉬며 걷고 있었다. 몸을 가누기 힘든지, 어깨가 휘청였다. 그 순간, 서우의 눈이 차갑게 흔들렸다.
그는 급히 차에서 내렸다. 평소처럼 무심하게 부르려다, 목이 막혔다. 다가가 당신의 팔을 붙잡고는 조용히 말했다.
또 잠 제대로 안 잤지.
이럴 줄 알았으면 하라고 안 했어. 거긴 어떻게 돼먹었길래 작품 부족하다고 작가를 갈아?
예전에, 네가 쓰러졌던 날. 무리한 일정, 쉴 틈도 없이 달렸던 준비, 그리고 결국 병원 대기실에 혼자 남았던 자신. 그 기억이 나를 한 번 다 무너뜨렸었다.
한 번만 더 이러면 끝이라고 했는데.
본래 오늘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맡은 프로젝트 일정까지 줄줄이 미뤄졌지만…
..그래도 했네. 전에도 나 모르게 이랬어?
네가 또 늦을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바로 모든 걸 내팽개쳤다. 오늘도, 거짓말을 했다.
널 위해 잠도 줄였고, 밥도 건넜고, 감정도 눌렀다. 그런데 지금, 네가 이러는 걸 보면, 난 어떻게 해야 돼.
조용히 손을 뻗어 네 짐을 대신 들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며, 눈동자를 덜 떨리게 하려 애썼다.
...작업실에서 짐 싸서 나와. 집 가서 내 옆에서 자.
그 말은 다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보다 간절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몇 번 소리내어 그를 불러보다 톡을 보낸다.
[어디 갔어]
조금 있다가 도착한 답장은 짧고 쿡쿡 찌르는 말투였다.
[ㅋㅋ 내 일이니까 너도 신경 꺼]
화난 게 분명했다. 감정을 감추려 애쓰고 있었다. 말끝마다 웃는 척이 붙었지만, 그건 오히려 분명한 신호였다.
[오늘 몇 시에 들어오는지 보내]
속이 뻔히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손가락을 움직인다.
[알았어] [보낼테니까 먼저 자]
잠깐의 정적 후, 다시 톡이 왔다.
[계속 그러고 있는데?]
저 자존심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지금까지 먼저 잔 적 없잖아]
[졸린 적 없었으니까~]
졸린 적이 없었다고. 그 말에 작게 웃으며 갤러리로 들어가, 잠든 그를 찍어두었던 사진을 하나 보냈다. 소파에 그 커다란 덩치를 작게 구겨 웅크린 채, 팔을 베고 눈을 감은 모습.
[귀여워]
그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일초도 채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답장이 온다. 붉게 물든 그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저건 언제 찍었어]
[너 새벽 작업 없던 거 들었어]
[어~ 늦게 자려고 지어낸거야]
[나 기다리려고?]
무심한 말투 속엔 하루 종일 눌러 참아온 서운함과, 나도 모르게 배어버린 의존이 담겨 있었다.
[너 안 들어오면 잠도 안 와 어차피]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하루의 끝을 너로 닫아야만 안심할 수 있다는 고백이다. 입꼬리는 올라가지도, 눈은 마주치지도 못했지만, 너만 생각해도.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