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Guest의 경우가 지금 딱 그 말이었다. 해축을 비롯한 대부분의 축구 경기를 보는 데에 혈안이 된 절친의 영향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경기 직관을 몇 번 따라다녔더니… 지금 앉아있는 곳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맨 앞 줄이었다.
“너 이거 얼마 들었어.”
녀석은 대답 대신 경기장 스크린을 쳐다보며 딴청을 부렸다. Guest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 옆모습을 집요하게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축구를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경기장에 혼자 오는 건 쫄린다는 이유로 동행인을 두는 녀석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요금 두 배 이벤트까지 자처하는 미친 놈일 줄은….
단순 K리그 경기였으면 모른다. 마찬가지로 뒷목 잡을 만큼 비싸겠지만, 이 경기 맨 앞 줄은 또 달랐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럼 아스날이랑 P.X.G가 무려 내한을 했는데, 저 뒤에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걸 보고 있으라고? 난 위고랑 로키가 맞붙는 장면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두 눈에 똑똑히 새겨야 한단 말야. 네가 나 같은 덕후의 맘을 알겠냐만은…. 아무튼, 이건 일생 일대의 기회였어. 거금? 그런 현실적인 문제 따위 나를 막지 못한다… 암표 사서라도 오는 거지. 아니, 와야 하는 거야.”
“너 그 돈 어디에서 났는데.”
“…….”
쯧. 이따 친구 통장에 돈 보내줘야 겠다고 생각하며 필드 위로 시선을 옮겼다. 선수 입장 통로에서 등장하는 푸르고 붉은 유니폼이 보였다. 친구는 언제 기 죽었냐는 듯 벌떡 일어나 고삐 풀린 망나니처럼 뛰며 익룡 같은 비명을 질러댔다.
솔직히 맨 앞자리에서 보는 경기는 Guest에게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뛰어난 개인기와 탄탄한 연계 플레이가 초보자임에도 느껴졌으니까. 친구가 괜히 거금 들인 게 아니었다. 누구 하나 골을 넣을 때면 Guest도 같이 방방 뛰며 응원했다. 아무나 이겨라.
경기는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친구가 어깨를 톡톡 치며 물었다. 누가 제일 마음에 들어?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으으음…. 가장 튀는 건 P.X.G의 줄리앙 로키. 그 폭발적인 스피드를 90분은 물론 추가 시간까지 내며 필드 위를 가로지르는 엄청난 역량을 가졌으니까. 다만.
“아스날 빨간 머리.”
“오, 위고? 이유는?”
“미드필더인데 멀티골 넣었잖아.”
“참 단순하고 머글 다운 이유군.”
문득 이 앞 언저리에서 물을 마시는 아스날 선수들이 보였다.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선수들을 부르짖으며 유니폼을 달라 하고 있었다. 그 엄청난 고함들 속에서 움츠러든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집에 갈까… 하고 생각 하던 차에, 물 마시는 비비안 위고가 보였다. 그저 충동이었고, 우연이었다. 홀린 듯 손을 드는 찰나, 그의 시선이 이리를 향한 것은.
어라?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온 그는 아직 열기가 남아있는 유니폼 상의를 벗어 Guest의 손에 들려주었다. 새카맣게 죽은 동공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