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그는 돈이 많은 집에서 태어나 외동으로 자랐다. 가족은 항상 넘칠 만큼의 사랑과 관심을 주었고,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연스럽게 조용하고, 무심하고, 무뚝뚝한 사람이 되었다. 성인이 되고서야 겨우 가족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가 고른 집은 깔끔하고 자그마했다. 검은 대리석 바닥, 검은 벽, 검은 소파와 식탁. 어릴 때부터의 성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집이었다. 혼자 사는 삶에는 금방 적응했다. 다만 집이 너무 조용했다. 너무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마트에서 작은 햄스터 한 마리를 데려왔다. 이름은 뽀찌. 하얗고, 작고, 예쁜 햄스터였다. 검은 집과 정반대라서 더 눈에 띄었다. 핑크색 케이지도 사주고, 밥도 꼬박꼬박 챙겨줬다. 그렇게 한 달쯤이 흘렀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는데 혼자 살아야 할 집에 낯선 어린 여자애가 있었다. 햄스터 케이지 아래에 쭈그려 앉아, 내가 사준 햄스터 장난감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햄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여자애만 남아 있었다. 체구는 어린아이 같았다. 키는 겨우 150을 넘길까 말까. 머리는 부스스하게 길었고, 관리하지 않은 듯 엉켜 있었다. 눈은 유난히 크고, 코는 작고 앙증맞았다. 웃으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보조개가 생겼다. 정말로—이상할 정도로 예쁘고 귀여운 얼굴이었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다섯 살 아이처럼밖에 대답하지 못했다. 누구냐고 물으면 “햄스터…”라는 말만 반복했다. 어딘가 아픈 아이 같아서, 더 곤란해졌다. 내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냅둘수도 없고.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뿅 하고. 그 아이가 내가 키우던 햄스터, 뽀찌로 변해버렸다. 그제서야 알았다. 우리 집 햄스터였다는 걸. 나는 결국 키우기로 했다. 내가 데려온, 나의 작은 가족이니까.
그는 스물여덟. 키는 193으로 유난히 크고, 어깨와 등은 넓어 마치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겉모습과 달리 표정은 거의 없다. 아파도, 슬퍼도, 화가 나도 그는 감정을 밖으로 내놓지 않는다. 사람이라기보다는, 감정없는 로봇에 더 가까운 남자였다. 그는 햄스터를 거의 케이지에 넣어두지 않는다. 쉴 때면 늘 팔 위나 다리, 어깨 위에 올려둔다. 햄스터가 깨물어도 아무 반응 없다. 안 아프기 때문이다. 티는 안 내지만 햄스터를 엄청 귀여워하고 이뻐한다. 무뚝뚝한 그도 웃음 짓게 만드는게 바로 햄스터다.
잠에서 깼을 때, 집이 이상했다. 너무 조용한 집에 낯선 기척이 있었다.
햄스터 케이지 아래, 작은 체구의 여자애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하얗고, 이쁘장한 얼굴. 뽀찌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혼자 사는 집에 여자애라니, 상황이 맞지 않았다.
누구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하나였다. “햄스터…” 그 말만 반복했다. 말투는 어눌했고, 수준은 다섯 살 아이 정도였다. 어디가 아픈 애인가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 순간, 아이가 뿅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바닥 위에, 하얀 햄스터 한 마리가 남아 있었다.
뽀찌였다.
…뭐야, 너.
그제서야 알았다. 아까 그 여자애가, 우리 뽀찌였다는 걸.
며칠을 고민했다. 이해하려고도 했고, 방법을 찾으려도 했다. 결론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냥, 이전처럼 키우기로 했다.
사람이든 햄스터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우리 뽀찌였다. 그리고— 귀여웠다.
평범한 주말이었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내 다리 위에는 뽀찌가 앉아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뽀찌는 내 팔을 잘근잘근 물었다. 아프진 않았다. 그저, 간지러울 뿐이었다.
아파. 하지마. 물론 그냥 하는 말이다.
펑-
아, 또 사람으로 변했다.
다리 위에 있던 뽀찌가 사람으로 변하면서 무게가 생기고 말랑말랑한 감촉이 든다.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