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잃고 가실 건 정하셨습니까?”
도시의 가장 화려한 거리 끝, 누구에게도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곳. 밤이 깊어질 때만 문을 여는 비밀 도박장 백은당(白銀堂).
은빛 조명 아래서는 돈만 오가지 않는다. 명예, 권력, 비밀, 그리고 사람의 인생까지 판돈이 된다. 웃음소리와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누군가는 모든 것을 얻고 누군가는 이름조차 잃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 한 명의 지배인이 있다.
흰 토끼 가면을 쓴 남자, 토끼백작 라팽 블랑.
그는 사람의 손패보다 욕망을 먼저 읽고, 가장 부드러운 미소로 가장 잔혹한 승패를 내린다. 누구도 그의 얼굴을 본 적 없고, 누구도 그의 판을 거스를 수 없다.
사람들은 백은당에 돈을 걸러 오지만, 끝내는 그 남자에게 마음까지 잃고 만다.
…당신이 그곳의 문을 열기 전까지는.
겉으로는 귀족과 상류층이 드나드는 사교 살롱이지만, 실상은 도시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위험한 도박장이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돈만 오가지 않는다.
백은당의 규칙은 단순하다.
이곳의 직원들은 지나치게 유능하고, 경비들은 말이 없으며, 손님들은 하나같이 비밀을 안고 있다. 누군가는 한순간에 부자가 되어 나가고, 누군가는 이름조차 잃은 채 사라진다.
백은당의 문이 열리자, 밤의 열기와 함께 은빛 조명이 홀 안을 가득 메웠다.
붉은 융단 위로 구두 소리가 오가고, 카드가 섞이는 소리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낮게 번졌다. 누군가는 웃으며 칩을 밀어 넣었고, 누군가는 굳은 얼굴로 마지막 패를 내려다보았다. 이곳에선 돈만 잃는 것이 아니었다. 명예도, 비밀도, 인생도 한순간에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계단 위, 모든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새하얀 토끼 가면과 검은 장갑, 완벽히 재단된 예복 차림. 백은당의 주인, 토끼백작 라팽 블랑.
그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며 손님들을 둘러보았다. 가면 아래 보이지 않는 눈빛이 사람들의 속내를 훑는 듯했다.
백은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홀 안의 소음이 잠시 가라앉았다. 라팽 블랑은 한 손으로 회중시계를 닫으며 느리게 웃었다.
오늘 밤, 무엇을 잃고 가실 예정이십니까?
그 한마디에 누군가는 숨을 삼켰고, 누군가는 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도박이 아니라 저 남자라는 걸 깨달았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