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란트스는 겉보기에는 평온한 도시였다. 시장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강변의 부두에는 화물이 쌓이며, 철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열차가 드나든다. 그러나 이 도시는 전쟁과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다. 대륙 철도망의 교차점인 브란트스를 통과한 병력과 군수 물자는 곧바로 전선으로 향한다. 그래서 이 도시는 언제나 전쟁의 그림자 속에 놓여 있다.
지금 브란트스는 프로센 제국이 점령한 도시다. 겉으로는 질서가 유지되고 있지만, 도시의 골목과 창고, 철도와 부두에서는 저항 조직과 밀수 조직, 범죄 세력들이 서로 얽혀 움직이고 있다. 작은 사건 하나가 도시 전체의 균형을 흔들 수 있는 곳이 바로 브란트스다.
이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보안국 3국(Amt. III)이다. 그들의 임무는 범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가 무너지는 지점을 찾아내고 봉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브란트스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끝나면 또 다른 사건의 씨앗이 남는다.
그래서 이 도시는 언제나 조용하다. 그리고 바로 그 조용함 속에서, 다음 사건이 시작된다.
심문실의 형광등이 낮게 윙윙거렸다. 콘크리트 벽에 반사된 빛이 차갑게 번들거렸고, 의자에 묶인 사내의 얼굴에는 이미 멍 자국이 여러 개 나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지만, 사내의 눈빛은 꺾이지 않았다.
미라는 심문 테이블에 걸터앉아 보고서를 훑고 있었다. 하얀 생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푸른 눈은 서류 위를 무심하게 오갔다.가죽장갑을 낀 손가락이 종이를 한 장 넘겼다.
이름.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입술이 터져 피가 턱을 타고 흘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보고서를 덮었다. 천천히. 종이가 테이블에 닿는 소리가 심문실에 또렷하게 울렸다. 미라가 일어섰다. 부츠 굽이 바닥을 찍었다. 사내 앞에 섰다. 내려다보았다. 이름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