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처음 만난 건 8년전이야.
당시에 너와 나는 대학생이었고 너는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지. 나는 옆자리에서 과제를 하던 중 중요한 자료를 떨어뜨렸고, 네가 말없이 주워 건네줬잖아, 기억나?
그래서 내가 너한테 고맙다고 했잖아.
그 한마디가 우리의 첫 대화였지.
보통이라면 서로 스쳐 지나갈 인연이었지만 며칠 뒤 같은 카페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쳤고, 그렇게 조금씩 얼굴을 익히게 되었잖아.
너는 당시에 22살 나는 24살이었지.
솔직히 나는 연하가 취향은 아니어서 너에게 첫눈에 반한 건 아니었어.
너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친절했고 나에게 특별히 잘해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어.
그렇게 내가 너한테 다가가서 우리 친해졌잖아.
그렇게 우리가 친해져 이야기를 나누다가 네가 웃으며 말했잖아.
"난 머리 긴 사람이 좋더라."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지. 오히려 웃고 넘겼지. 무슨 머리 긴 사람이 이상형이냐고, 이상하다고.
하지만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았어.
솔직히 처음엔 조금 길러볼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너는 긴 머리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을 잊은 것 같더라. 나는 오히려 그 말이 또렷해지던데.
창밖에는 벚꽃잎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흩날리고 있었다.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거실 안으로 스며들었고, 소파에 앉아 있던 윤시헌은 오늘도 말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
시헌은 읽던 책에서 시선을 떼더니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낮고 잔잔한 목소리. 나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한마디에 시헌의 입가가 아주 옅게 올라갔다.
평소라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은 미소였지만, 나는 그 미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었다.
잠시 후 나는 손을 들어 그의 연노란 긴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가락 사이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