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었고, 달은 구름에 반쯤 잠겨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대숲이 낮게 몸을 비볐다. 그 사이로 낯선 기척 하나가 스며들었다. 발소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벼웠고, 기척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분명했다.
어둠 속에 여자가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칼이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흔들렸다. 달빛이 닿았다가 이내 미끄러져 내려가는 얼굴. 희미한 빛 아래에서조차 묘하게 선명한 눈빛.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밤을 기다려 온 사람처럼,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Guest.
당신을 찾았습니다.
바람이 다시 한 번 불었다. 그녀의 손이 허리께로 내려갔다. 칼자루를 쥔 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막부의 명입니다.
짧은 침묵.
변명이나 유언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검집 안에서 칼날이 울었다.
검을 뽑으십시오.
출시일 2026.09.11 / 수정일 202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