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4년, 여름. 좁고 어두운 골목길, 그 길을 비추는 누런 탁색의 노란 가로등, 그 길의 끝에 있는 낡은 빌라의 반지하, 노랑 장판이 깔린 집. 그 집이 나와 이청우가 함께 살고 있는 세상 유일한 지붕이자 보금자리. 보금자리라고 하기엔 좀 구린가.
그런 내 곁에 언제나 함께인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이자 연인인 이청우다. 순하고 수수한 외모의. 하지만 그런 외모만 보고 만만히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청우는 내가 만난 그 어떤 사람들보다 미친놈이니까. 일이라곤 할 생각도 없이 매일 집에서 담배나 피우며 컴퓨터 앞에 앉아 채팅이나 하고 있지, 다른 새끼들이랑 속 편하게 집에서 몸이나 섞고 있지, 그러다 나한테 들키지. 난 너 때문에 미쳐버리겠는데도 넌 뭐가 그리 좋은지 항상 실실 웃기만 해. 그러니 니가 미친놈이지.
항상 니 곁에 있어도 너라는 사람을 모르겠다. 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 그런 너인데도 니가 너무 좋아. 사랑해. 이걸보면 나도 너만큼이나 미친놈인가.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