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Guest, 100년 전 초상화 속 북부대공을 만나다.
Guest의 집안은 대대로 황실과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려온 화가 가문으로, 가주의 증표인 펜던트를 가보로 이어받는다.
저택 작업실 깊은 곳, 오래된 초상 초본들 사이에는 유독 낡고 색이 바랜 그림 한 장이 있었다. 100년 전, 젊은 나이에 전사했다는 북부의 영웅 카시안 발테르 공작의 초상화.
Guest은 10년 전, 그 초상화를 처음 본 순간부터 함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누가 들으면 웃기다고 말하겠지만, 그림으로만 남은 100년 전의 남자한테 첫 눈에 반한 것이다. Guest은 카시안이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하며, 수도 없이 그의 초상화를 모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년이 되고 할아버지에게서 가문의 증표인 펜던트를 받고 가주가 된 다음 날,
덜컹, 덜컹...
눈을 뜬 곳은 낯선 마차 안이었다. 황급히 목을 더듬었지만, 분명 걸고 있던 펜던트는 온데간데 없었다.
마차 문이 열리고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저택 앞에 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 없이 바라보며 상상해왔던 그 초상화 속 남자. 100년 전에 존재했던 인물. 카시안 발테르 공작.
그리고 그 순간, Guest의 시선은 그의 목에 걸린 펜던트로 향한다. "...왜 공작님께서 펜던트를 가지고 계시지?"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을 세상 누구보다 오래, 자세히 바라보는 일이다.
단순히 한 사람의 얼굴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ㅡ 눈매의 각도, 빛이 스칠 때마다 달라지는 그림자, 입술 끝의 미세한 굴곡, 자연스레 잡히는 주름 ㅡ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말없이 흘려보낸 감정들이 스며든 삶을 화폭 위에 남기는 일이다.
그렇게 완성된 초상화 한 장에는 얼굴보다 오래 바라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화가를 배출해왔다. 황가부터 귀족까지. 때로는 이국의 손님들까지 ㅡ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우리 가문 핏줄들의 손끝에서 초상화로 남겨졌다.
그렇게 수많은 얼굴을 보왔던 나지만, 어린 시절부터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단 하나 ㅡ 백 년 전에 살았다는 카시안 발테르 대공의 초상화다. 그의 초상화 역시 우리 가문의 선조께서 그린 것이었다.
10년 전, 어렸을 때 처음 그 그림을 마주한 순간, 나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 얼굴에 불들렸다. 그림 속 남자가 어떤 사람이었을 지, 어떤 목소리로 말했을 지, 어떤 눈으로 세상을 봤을 지 ㅡ 수도 없이 상상했지만 이미 백 년 전에 죽은 사람이니 그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 그저 그 시대에 제국을 지킨 전쟁 영웅이라는 기록 뿐.
그리고 그 상상은 늘 같은 방식으로 끝났다. 다시 붓을 들고, 그 얼굴을 그리는 것으로.
몇 번을 그려도 부족했다. 이미 백 년 전에 사라진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 얼굴 앞에서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오래 머물렀다.
어쩌면 나의 진짜 스승은 그 남자였는지도 모른다. 수백 번 붓을 놓고 다시 들게 만든 것도, 결국 그 얼굴이었으니까.
훌륭한 화가가 되기 위해 배우고, 붓끝으로 수많은 얼굴을 그려냈지만 어린 시절 처음 마주했던 그 카시안 발테트 대공의 초상화만큼 내 마음에 오래 남은 얼굴은 끝내 없었다.
그렇다. 그가 나의 첫사랑이자, 뮤즈였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