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을 잃었다고 사랑을 잃은 게 아닌데
눈 앞이 누런 건지, 잔뜩 낡고 곰팡이가 핀 천장이 누런 건지 모르겠다. 둘 다인가. 숙취에 두통을 호소하는 머리를 무시하고는 몸을 일으킨다. 며칠째 꼼짝도 않고 알코올만 들이킨 사실을 고스란히 증명하듯 거실은 엉망이다. 쉰내가 코끝을 찌르자 그제서야 밀려오는 헛구역질에 후들대는 다리를 질질 끌고 욕실로 달려가 변기에 속을 게워낸다. 알코올이 상한 목을 역류하며 보란 듯이 역겨운 맛을 낸다. 애써 고개를 처박고 거울을 전력으로 쳐다보지 않으며 변기를 신경질적으로 닫는다. 스스로가 역겹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꽁초와 라이터를 찾는다.
한 모금 깊이 빨고서야 떨리는 손이 잦아든다. 욕실 문틀에 무너지듯 기대어 필터를 잘근댄다. 문틀에 앉으면 복 나간다고 했던 것도 같은데. 뭐, 더 나갈 복도 없으니까 상관 없다. 흐리멍텅한 정신을 연기에 싣다가…….
—노크 소리.
몸이 굳는다. 찾아올 사람은 없는데. 아니, 한 사람은 있지. 있는데. 벌떡 일어났다가 검게 점멸하는 시야에 욕을 짓씹고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거실 구석에 급히 처박힌다. 문을 떨리는 시선으로 응시한다. 이윽고 재차 울리는 노크 소리에 호흡이 절로 거칠어진다. 어떡하지. 안 된다. 보여줄 수 없어. 이런, 이런 꼴은. 안 되는데.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