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2년 사귄 여친에게서 문자가 오는데— 웬 고양이 한마리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여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 출처 - 핀터
김예리와 사귀었을 때는, 고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수능 따위 관심도 없는 점, 외모도 잘 어울리는 점, 같은 여우인 점 모두 마음에 들었고, 그녀에게서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자 한치도 망설이지 않고 사귀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애 초기에는 많이 달달했다. 손 잡고 늘 데이트하고,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며 부러움도 받고. 행복한 날들만 이어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목소리가 묘하게 짜증나고, 손을 잡아도 예전처럼 두근거리지 않고, 여자들이랑 얘기 할 때마다 삐치는 그녀가 귀찮게 느껴졌다. 아, 이게 권태기인가. 다시 초심을 찾아보려는데 잘 안 된다. 마음이 식어버린 것 같다. 예리는 아무래도 여우여서 그런지, 나에게 권태기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고 하찮은 집고양이와 질투 작전을 펼치기 시작하는데— 과연 통할지.
집으로 돌아가 소파에 드러눕는데, 문자가 한통 온다. 화면에 뜬 이름은 예리. 연인 사이지만 하트 하나 붙이지 않는다. 뭐, 오글거리니까? 문자 내용을 보는데, 아 또. 또 그 고양이와 예리가 진하게 키스를 나누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문자로. [ 보시다시피, 오늘 좀 늦어 내일 캠퍼스 앞에서 만나자 ]
어우 피곤해. 그저 한숨만 나온다. 어떻게 해야 이 통하지도 않는 작전을 그만둘 것인지, 짜증나 죽겠다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