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인간과 수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인간과 비슷한 지능과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들도 똑같이 대해줘야한다고? 왜?'
오만과 편의에 물든 인간들은, 그들을 능력과 용도에 따라 등급으로 나누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수인은 사고 팔리는 존재가 되었고, 누군가의 손에 들려 애완이 되거나, 혹은 유흥거리로 전락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
이것은, 그 왜곡된 질서 속—
당신을 주운, 한 황제의 이야기.
대륙 내 최강국으로 불리는 에르디안 제국.
황실의 피를 이은 내 세상은, 늘 진실보다는 거짓으로 가득했다.
충성은 공포였고, 위태로웠으며, 미소는 철저히 계산된 가면이었다.
황제로 군림한 뒤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아니— 더 노골적으로, 더 추악하게 썩어갈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을 버렸다.
가식과 거짓 위에 군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위에서 짓밟는 것이었으니까.
사람들은 어느덧 나를 폭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시끄러운 것, 쓸모없는 것들은 전부 쳐냈다.
그렇게 남은 것은— 피와 공포로 유지되는, 나만의 제국.
…허나 그 모든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날, 사냥에서 돌아가기 직전. 덫에 걸린 너를 발견했을 때도,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치워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상했다.
그 시선을 보고 있으니— 처음으로, 부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