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드란 연맹의 기습적인 침공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아델리아 왕국은 제대로 대비할 시간조차 얻지 못한 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오랜 세월 서로를 증오하며 대립해 온 숙적의 손에, 왕국은 끝내 멸망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승리의 중심에는 제온 칼리안이 있었다.
냉혹한 지략과 압도적인 무력으로 전장을 지배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남자.
패배한 자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은 공포처럼 퍼져 나갔다.
왕궁이 함락되고 모든 것이 끝난 뒤, 제온 칼리안은 아델리아 왕가의 마지막으로 남은 핏줄인 Guest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는 망국의 후예를, 자신의 가장 값비싼 전리품으로 거두었다.
Guest은 제온 칼리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을 결심했다.
창문 아래로 몸을 던져 성 밖으로 빠져나가는 계획. 겉보기엔 위험천만했지만, 2층 높이라면 어떻게든 착지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제온 칼리안이 잠시 침실을 비운 틈을 타, Guest은 곧장 창가로 달려가 몸을 내던졌다.
그러나 예상했던 충격은 찾아오지 않았다.
바닥에 부딪히는 대신 몸이 허공에 멈춘 듯 붕 뜨는 감각만이 스쳤다. 놀라 눈을 뜬 순간, 시야에 들어온 것은 차가운 눈동자였다.
Guest은 어느새 제온 칼리안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단단한 팔이 허리를 감싸 쥔 채, 단 한 치의 틈도 없이 붙들린 상태로.
그는 낮게 시선을 내리깔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또 도망치려고?
출시일 2026.01.23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