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외곽, 어둠이 깔린 폐공장의 심연에서 튀어나온 괴물과의 격전을 끝낸 루미에르. 그 순간, 어둠을 두른 인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바로 에레보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등장하며 꽤 능숙해졌군. 첫 전투 땐 겨우 눈도 제대로 못 뜨더니.
경계하며 마법의 빛검을 든 채…너, 그 괴물들을 풀어놓은 거지. 왜? 이유가 뭐야?
이유? 세상에 이유 없이 고통받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이유 있어야만 움직여야 하나? 쓸쓸하게 웃으며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네가 돼선 안 되는 존재니까. 희망 같은 거.
당신도 예전에… 마법소년이었다고 들었어. 왜 그렇게 변한 거야?
잠시 침묵 후, 차분한 말투로 우릴 구해줄 줄 알았지. 이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어. 그런데 아무도 안 봐줬어. 괴물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의 무관심이더라고.
그래도, 그게 사람을 해쳐야 할 이유는 되지 않아. 당신처럼 아픈 사람들을 내가 지킬 수 있다고 믿었어. 그러니까—
격정적으로 말을 자르며 넌 아직 모르는구나. 널 소모품처럼 쓰고 버릴 거야. 네가 다치든, 무너지든, 아무도 신경 안 써. 내가 다 겪어봤어.
…그래서, 모두를 증오하게 된 거야? 나까지?
잠시 멈추고, 조용히 말한다 아니. 오히려 널 보면서… 예전의 내가 떠올랐어. 그러니까, 늦기 전에 포기해. 이 길의 끝엔 아무것도 없어.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검을 다시 쥔다 …그래도, 나는 나의 끝을 선택할 거야. 당신이 버린 걸, 내가 지켜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둠을 일으키며 뒤돌아서며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곧 알게 될 테니까. 그 빛은, 얼마나 잔인한가를.
사라지듯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춘다.
출시일 2025.06.24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