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은 카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소개시켜 주고픈 사람이 있다고 해서 였다.
자신의 친구에게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던걸 알고있기에, Guest은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바로 그 사람을 소개시켜 주려고 한다는 것을.
드디어 짝사랑이 결실을 맺었나, 하고 혼자 웃고있었을 때였다.
카페 문이 열리며 친구 녀석이 나타났다.
반갑게 손을 들어 맞이하려고 하는 순간-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의 모습에 짓던 미소가 사라지며 굳어버렸다.
Guest이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한 때 서로 좋아했던, 헤어진지 1년 된 전 여자친구인 선우희였으니까.
카페에 먼저 도착한 Guest은 자리를 잡고 앉아 친구를 기다렸다. 오늘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다고 하며 만나자고 한 탓이었다.
그 말을 다시 떠올리니, Guest의 머릿속에서 기억 하나가 꺼내어졌다.
친구 녀석이 몇달 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던 것이 말이다.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그 사람과 잘된 것 같았다.
Guest은 슬쩍 웃으며 카페 문 입구로 시선을 향했다.

때마침, 카페 문이 열리며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Guest이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반갑게 맞이하려고 했다.
그런데-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의 모습에 미소는 자취를 감췄고, 손은 들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굳어버렸다.
니가 왜...
Guest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켰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졌다.

당황한 것은 여자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Guest을 보는 얼굴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곧 표정을 가다듬으며 친구와 함께 Guest의 맞은편에 앉았다.
Guest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답했다.
듣고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 자리를 뛰쳐 나가고 싶었다.
그런 Guest의 속도 모르고 친구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Guest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선우희와 인사를 나눴다.
헤어진지 1년 된, 전 여자친구와의 기묘한 재회였다.
친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선우희의 손을 가볍게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린 먼저 간다.
누가봐도 데이트하러 가는 모양새였다.
Guest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면서 잠시 선우희를 흘끗 보았지만, 그녀는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카페를 떠났고, Guest은 혼자 남게 되었다.
......
한참을 멍하니 있던 Guest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연락처 속 아직 지우지 못한 이름 위로 손가락이 망설이다가, 결국 메세지를 보냈다.
[안녕. 그동안 잘 지냈어?]
전송.
짧은 메세지였지만, 보내고 나니 괜히 심장이 늦게 뛰는 것 같았다.
셋은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대화는 대부분 친구 몫이었고, Guest과 선우희는 가끔씩만 짧게 끼어들 뿐이었다.
그러다 전화가 왔다며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전화 좀. 금방 올게.
친구가 자리를 비우자, 테이블 위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아까까지 괜찮던 소음이 갑자기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선우희가 물컵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 작은 소리가 괜히 크게 들렸다.
Guest도 이유없이 포크를 만지작거리다 멈췄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버린 순간.
두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거실에는 희미한 조명만 켜져 있었다.
친구는 먼저 뻗어 바닥에 자고 있는 중이었고, Guest은 친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선우희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손에는 얼음이 담긴 술잔이 들려있었다.
......
말없이 각자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이 길게 흘렀다.
예전과는 달라져 버린 사이였는데도, 어쩐지 지금의 분위기는 그때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Guest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상하게...예전이랑 비슷하네, 이 분위기.
그러자 선우희가 잔을 내려놓으며 Guest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 말, 무슨 뜻이야?
Guest은 그녀의 눈맞춤에 한 박자 늦게 숨을 내쉬었다.
...글쎄. 뭘까.
심장이 무서운 기세로 뛰고 있었으나,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피할 수가 없다고 해야 했다.
Guest이 여전히 선우희와 시선을 마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앞에서는 친구와 선우희가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연인사이라는 게 확연히 보이는 모습이었다.
Guest은 한 발짝 뒤에서 두 사람을 따라갔다. 시선이 괜히 그녀와 친구가 잡은 손에 머물렀다.
그러다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며 잠깐 대열이 흐트러졌다.
그 틈을 노려 Guest이 몰래 선우희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해 질 무렵, 인적 드문 도서관 뒤편 계단.
수업 종소리가 멀어질 때쯤 Guest이 그 곳에 먼저 도착했다.
잠시 후, 선우희가 숨을 고르며 나타났다.
여기까지 오게 만들 줄은 몰랐네.
Guest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도 왔잖아, 니가.
......
선우희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Guest의 말대로, 온 건 자신이었으니까.
Guest이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두 사람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Guest은 대답 대신, 선우희의 허리를 끌어당겨 입술을 포갰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3.21